“엄마·아빠가 잘해줬다” 숨진 ‘9살 소년’이 거짓말 한 이유

입력 2020-06-08 14:09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혐의로 긴급체포 된 40대 여성이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동안 갇히는 등 아동학대를 받아 숨진 9세 A군과 관련 아동보호기관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군은 아버지의 동거녀 B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감금되기 전에도 수차례 아동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에도 A군은 B씨에게 머리 등을 맞아 병원을 찾았다. 당시 병원은 A군의 멍 자국을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한겨례에 따르면 경찰의 조치에 따라 아동보호기관과의 상담을 진행한 A군은 “머리는 내 실수로 다친 것이고, 몸의 멍은 내 잘못으로 맞았다. 엄마·아빠가 잘해준다”고 진술했다. 당시 A군의 아동 학대 사실을 조사한 아동보호기관 측은 “아이 눈빛과 행동을 볼 때 거짓말 같진 않고, 엄마와 아이 사이 상호작용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해당 아동보호기관의 조사 내용을 넘겨받은 경찰 관계자 측도 “A군이 친부 등과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며 분리조치를 하지 않고 A군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A군의 진술 내용은 아동 학대 피해 아동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보호자와의 분리가 두려운 나머지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선미 한예술치료교육연구소장(아동상담 전문가)은 한겨례에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보호자와 분리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함께 있어 불편하지만 날 돌봐줄 사람은 저 사람뿐’이란 생각에 자신을 속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군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했던 기관들의 안일한 대처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동보호기관과 경찰이 아동의 말이나 부모의 말을 듣고 돌려보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 프로그램을 전면 개선해야 된다”면서 “전문 상담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이와 관련해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조언했다.

김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