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흑인 목 눌러 죽인 ‘그놈들, 그 경찰서’ 폐쇄 수순

입력 2020-06-08 13:22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주청사 앞 거리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잔혹한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죽인 경관 데릭 쇼빈이 근무하던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 경찰서가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미니애폴리스 시의회 의원 12명 가운데 9명이 미니애폴리스 경찰서를 폐쇄하는 내용의 조례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는 시의회가 조례안을 가결한 뒤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을 통해 조례로 확정할 수 있는 다수다.

시의원들은 경찰서를 폐쇄하려는 이유로 점진적 개혁조치를 해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찰이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된다면, 기존 조직을 폐쇄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시의원들은 경찰서 폐쇄 이후 치안 대책에 대해서는 향후 지역사회와 논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7일 미니애폴리스의 한 공원에서 열린 항의시위에서 한 시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수년 전부터 지역 경찰의 인종차별적 성향과 폭력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최근에는 미니애폴리스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2015년 초부터 현재까지 최소 237차례 목 누르기 체포를 시도해 44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플로이드 사망 이후 주정부 차원에서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미니애폴리스시도 ‘목 누르기’ 체포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서를 폐쇄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1년 뉴저지주(州) 캠던시는 투입한 예산에 비해 경찰의 범죄 대응 능력이 불만족스럽다고 판단해 경찰서를 폐쇄한 뒤 인근 지자체인 캠던 카운티와 통합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미니애폴리스 경찰 소속 데릭 쇼빈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과 등을 무릎으로 짓눌러 강경 진압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항의시위에 나온 시민들의 모습. AP 연합뉴스

시의원들의 미니애폴리스 경찰서 폐쇄 계획은 플로이드 사망 이후 경찰 예산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날 CNN방송과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경찰의 1년 예산은 1000억 달러(한화 약 120조원)를 넘어섰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에 비해 경찰 서비스는 형편없다는 납세자들의 볼멘소리가 크다.

특히 경찰 폭력의 피해가 집중된 흑인 사회에서 경찰을 공공안전의 ‘수호자’가 아닌 지역사회의 ‘위협’으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