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다이나믹스 ‘구거’ 김도엽이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무대로 복귀한 소감을 전했다.
8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김도엽은 다이나믹스를 ‘한타를 피하지 않는 팀’으로 만들겠다며 올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을 향한 세간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도엽과의 일문일답.
-오랜만에 LCK로 복귀했다
“그동안 ‘다시 LCK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마지막 승강전을 통해서 복귀해 다행이다. 나는 ES 샤크스(다이나믹스의 전신) 시절부터 계속 승격에 도전했다. 하지만 당시엔 팀 내부적으로도 승격할 거란 확신이 없었다. 이번엔 승강전을 준비할 때부터 승격을 자신했다. 우리가 실수하지 않고, 짜온 전략만 수행한다면 LCK 입성이 가능할 거로 봤다.”
-스프링 시즌을 치르며 팀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다
“정규 시즌 때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드렸다.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당시 메타에 대한 티어 정리가 확실하게 됐다. 스스로 어떤 챔피언과 조합을 잘하는지도 잘 숙지했다. 승강전에선 우리가 잘하는 챔피언을 상대가 견제하지 않은 것도 주효했다.”
-사실 관계자 대다수가 LCK 두 팀의 잔류를 예상한 승강전이었다
“승강전 준비가 쉽지는 않았다. LCK 팀들이 대부분 휴가를 간 상황이어서 스크림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보통 해외 팀과 스크림을 했다. 스크림이 없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스크림 승률 같은 것보다는 선수들 스스로 확신을 가졌는지 여부가 중요했다. 메타에 대한 생각을 더 확실하게 정립한 팀이 이겼던 것 같다.
우리도 정규 시즌 동안엔 챔피언 픽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경기를 치를 때도 확신이 없었다. ‘하던 것만 해보자’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패배가 쌓이면서 ‘지금 당장만 보지 말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우리에게 맞는 조합을 찾자’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게 적중했다.”
-서머 시즌엔 어떤 색깔을 보여주고 싶나
“승강전에서 그랬듯 한타를 피하지 않는 팀, 싸움으로 이득을 보는 팀이 되고 싶다.”
-‘싸움’은 이번 2020 MSC에서 LCK와 LPL의 희비를 가른 키워드이기도 했다
“나는 LCK가 싸움을 못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싸움까지 가는 과정에 차이가 있다. LCK는 ‘최대한 안전하게, 게임이 터지지 않는 선에서 싸우자’고 한다. 반면 LPL은 ‘싸움에서 이겨서 게임을 유리하게 만들자’고 보는 것 같다. LCK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실패했을 때 리턴이 크니까.”
-서머 시즌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나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 콩두 몬스터 시절에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평가를 바꾸고 싶다. 팀적으로는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고 싶다. 롤드컵 선발전도 치러보고,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해보고 싶다.”
-다이나믹스에서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거로 안다
“내가 팀에서 나이가 제일 많다 보니 다른 팀원들이 형이라고 부르면서 잘 따라주기는 한다. 그렇지만 친구 같은 관계로 잘 지내고 있다. 나도 팀 생활을 많이 해봤는데, 리더가 무게를 잡거나 형 노릇을 하는 것보다는 친구처럼 지내는 게 좋더라. 우리 원거리 딜러 친구는 나랑 6살 차이가 나는데도 서먹함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다이나믹스의 바텀 듀오는 어떤 플레이를 지향하나
“우리는 단단하게 잘 버텨주는 바텀 듀오가 되려고 한다. 다른 라이너가 캐리할 수 있게끔 그들의 기반이 되어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우리 미드라이너와 탑라이너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 이 경우 한쪽 라인은 버티는 역할을 해주는 게 필연적이다.”
-요즘 게임 내외적으로 고민거리가 있다면
“내 선수로서의 커리어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잘해야 할 텐데’하는 걱정거리가 있다. 솔직히 은퇴 이후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당장 잘한다면 나중에도 길이 열리지 않을까.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
-군 전역 후 업계 복귀도 고려하고 있나
“그렇다. 나는 e스포츠가 체질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프로게이머로 활동했지만 지금도 이 생활이 힘들지 않다. 같은 프로게이머들과 지내는 게 재미있고 즐겁다. 기회만 된다면 계속 이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 나는 LoL만큼 재미있는 게 없더라.”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아직 우리 팬이 많지는 않은데…. 하하. 우리 다이나믹스가 LCK에 합류했다. 팬들로부터 받는 응원이 선수에게 큰 힘이 된다.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코로나19 때문에 경기장 방문이 어려운 거로 안다. 언젠가 경기장 직관이 가능해진다면 많이들 찾아주셨으면 한다. 감사하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