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의혹으로 구속 갈림길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해 “검찰이 확실한 무언가를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이 최종적으로 증거를 들이밀었고, 이번에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할 때는 내부 이견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구속될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검찰이 충분히 범죄 행위를 소명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주식 가격을 매만진 과정과 의도했던 과정 등이 다 확인됐다고 자신 있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거니까 한번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 땅, 거래에도 없었던 땅의 평가 가치가 갑자기 뛰었다. 이상하지 않냐”며 “제일모직이 지분을 제일 많이 갖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뻥튀기시키기 위한 작업도 시작됐다. 10원 한 장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회사의 장부 가치가 갑자기 뛰어버리니까 다들 이상하다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의 가치 하락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그 시점에 다른 모든 건설 회사들은 다 주식 가치가 상승하는데 유독 업계 1위인 삼성물산만 하락했다. 이거 자체가 신기했었다”면서 “검찰이 삼성물산 압수수색 결과 뭔가를 찾아낸 건 분명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삼성물산 가격만 떨어지는 게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 왜 카타르에서 수주한 2조원 짜리 엄청난 호재를 발표하지 않냐. (가치를) 왜 떨어뜨리고 나중에 이걸 다시 띄우냐”며 “이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이 불법적인 사안은 몰랐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렇다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다. 이게 무슨 재벌 총수냐.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허수아비 경영을 하고 있었다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이런 분이 구속되든 말든 삼성 운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 벌어지는 거다. 이리 가면 바보, 저리 가면 범죄가 되는 상황인데 그걸 알고 얘기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도래한 가운데 삼성 총수를 구속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일부 여론에 대해서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라는 그룹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범죄를 저지른 건 개인인데 왜 기업이 나서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들고 바라봐야 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저도 삼성 잘 되라고 이러는 거다. 삼성은 2016년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그해 매출액이 우리나라 GDP의 14%를 차지하는 엄청난 회사다. 이런 회사 잘 돼야 하는데, 회사를 계속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 오히려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의 모든 회사들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재벌총수가 있든 없든 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굳은 표정의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 불법 의혹을 받고 있는 승계작업과 관련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법원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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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