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늘자 아예 코로나19 통계 없애버린 브라질

입력 2020-06-08 11:33
지난 4월 22일 브라질 마나우스의 노사 센호라 아파레치다 묘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이들이 묻혀 있다. AFP연합뉴스

브라질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 발표를 중단해 논란을 빚고 있다.

8일 브라질 보건부 홈페이지에는 누적 확진자 수가 사라지고 24시간 신규 감염자 수만 등록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안내하는 보건부 홈페이지는 지난 5일 한차례 다운됐다. 홈페이지는 다음날 복구됐으나 누적 확진자 수가 통계에서 사라졌다.

보건부의 고위직 내정자인 사업가 카를로스 위저드는 “연방정부가 더 정확한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결정하기 위해 검토를 실시할 것”이라며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숫자는 공상적이거나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누적 확진자 수가 브라질의 현 상황을 대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한 측근도 일간지 오글로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주들이 보건부에 사망자 수와 관련 허위 통계를 보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전문가들이 브라질의 코로나19 통계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부족하고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브라질의 코로나19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브라질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감추기 위해 이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브라질 당국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공식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확진자는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61만5000건, 사망자는 3만4000명을 넘겨 3번째로 많았다. 브라질 인구는 약 2억1000만명으로 세계 7위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EPA연합뉴스

주 보건장관들로 구성된 위원회는“코로나19 억제를 위한 조치가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준다”고 주장하고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소극적인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보건부 발표 중단 명분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길마르 맨데스 대법관은 “통계를 조작하는 것은 전체주의 정권의 공작”이라고 밝혔다.

상파울루 대학의 사회학 부교수 도밍고스 알베스는 “우리는 공중보건 측면에서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며 “통계를 중단한다고 죽음을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