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카드뮴, ‘퓨란’ 몸에 쌓이면 콩팥 망가진다

입력 2020-06-08 11:32 수정 2020-06-08 12:56
국민일보 자료사진

일상에서 노출될 수 있는 납이나 카드늄 등 중금속과 퓨란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몸 속에 쌓이면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보라매병원과 서울대 의대 공동 연구팀(신장내과 이정환·이정표 교수, 의생명연구소 오소희 교수)은 만성 콩팥병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환경 유해물질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참여한 총 4만6748명의 성인으로부터 얻은 임상데이터를 통해 소변과 혈액에서 발견된 환경 화학물질 중 만성 콩팥병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 물질에 대한 분석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소변 및 혈액에서 발견한 총 262가지의 화학물질 가운데 7개 물질이 단백뇨 발생과 사구체여과율(eGFR) 수치 감소 등 만성 콩팥질환 발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7가지 화학물질은 중금속인 혈중 카드뮴, 납과 흡연 부산물인 혈중 코티닌, 뇨 중 NNAL(코티닌 종류),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혈중 퓨린, 혈중 2,5-디메틸퓨란, 뇨중 페닐글리옥실산 등이다.

단백물질 중 하나인 알부민이 콩팥에서 소변을 통해 몸밖으로 배출되는 단백뇨 증상과 콩팥의 노폐물 여과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 수치 감소는 만성 콩팥병 발생을 진단하는 주요 지표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7가지의 화학물질 중에서 특히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 물질과 함께 휘발성 유기화학물질이 만성콩팥병의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질환에 대한 환경화학물질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EWAS연구를 통해 각 화학물질이 신장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혈중 납은 사구체여과율 감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카드뮴은 단백뇨 발생과 사구체여과율 감소 모두에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또 퓨란 등 휘발성 유기화학물질과 만성콩팥병 발생 사이의 연관성도 새롭게 확인됐다. 특히 퓨란은 식품의 주 성분 중에 탄수화물인 당과 단백질인 아미노산이 열처리되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퓨란은 휘발성이 강해 다른 식품의 경우 쉽게 날라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캔과 통조림 같은 경우 멸균처리 과정에서 발생돼 휘발되지 않고 상층부에 남아있게 된다. 통조림 투껑을 열면 퓨란이 일시적으로 사람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정환 교수는 8일 “여러 환경화학물질 중에서도 중금속 물질과 함께 퓨란 등의 유기화학물질의 체내 농도 증가가 만성콩팥병 발생에 독립적인 위험인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정표 교수는 “콩팥은 한번 손상되면 정상으로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특히 유해화학물질의 노출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담배는 반드시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신장학학회지(Clinical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에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