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홍범도 예우’에 안철수 “백선엽도 예우”

입력 2020-06-08 11:23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태규 최고위원.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백선엽(99) 예비역 육군 대장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국립현충원 안장 불가 주장에 대해 “(백 예비역 대장에게) 합당한 예우를 해드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범도 장군이 일제와 맞서 싸운 영웅이라면, 백선엽 장군도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자유대한민국, 자랑스러운 현재를 만드는 데 기여한 부분이 더 크다면 마땅히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드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역사를 제멋대로 재단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대하는 게 올바른 자세”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홍범도 장군 예우 방침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봉오동 전투 승리 100주년인 전날 SNS를 통해 “코로나19 때문에 늦어졌지만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잠들어 계신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와 독립운동의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11월 21일 오전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깜짝 생일파티'가 열린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그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안 대표는 “양쪽 눈의 크기와 시력이 똑같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면서 “한쪽 눈이 보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사물도 역사도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친일파 파묘 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여권 일각을 향해선 “현대사를 자신의 주관적 관점으로만 해석하면 국민 화합의 기제가 아니라 갈등의 씨앗이 된다”고 꼬집었다. 또 “지금 역사를 2년 후 대선을 위한 정치 투쟁의 도구로 쓰려고 하는 세력들이 있다면 그자들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며 “현 정권은 역사적 진실의 중요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왜곡하지 말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21대 첫 국회에서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국가들에 대해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감사 결의안을 모든 원내 정당들이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백 예비역 대장은 6·25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 등에서 공적을 세워 6·25전쟁 영웅으로 불린다. 1920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그는 6·25전쟁 당시 1사단장, 1군단장 등을 맡았고 1960년 대장으로 전역한 후 외교관과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그러나 항일 독립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창설된 대대급 부대인 일제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던 사실이 드러나 친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5월 28일 국회에서 박삼득 보훈처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지난달 28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백 장군은 현충원 안장 대상”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 처장은 “보훈처 소관이 아니지만 (국방부에) 확인해보니 서울현충원은 장군 묘역이 만장”이라며 “대전현충원으로 (백 예비역 대장을) 모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