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백선엽(99) 예비역 육군 대장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국립현충원 안장 불가 주장에 대해 “(백 예비역 대장에게) 합당한 예우를 해드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범도 장군이 일제와 맞서 싸운 영웅이라면, 백선엽 장군도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자유대한민국, 자랑스러운 현재를 만드는 데 기여한 부분이 더 크다면 마땅히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드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역사를 제멋대로 재단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대하는 게 올바른 자세”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홍범도 장군 예우 방침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봉오동 전투 승리 100주년인 전날 SNS를 통해 “코로나19 때문에 늦어졌지만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잠들어 계신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와 독립운동의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양쪽 눈의 크기와 시력이 똑같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면서 “한쪽 눈이 보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사물도 역사도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친일파 파묘 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여권 일각을 향해선 “현대사를 자신의 주관적 관점으로만 해석하면 국민 화합의 기제가 아니라 갈등의 씨앗이 된다”고 꼬집었다. 또 “지금 역사를 2년 후 대선을 위한 정치 투쟁의 도구로 쓰려고 하는 세력들이 있다면 그자들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며 “현 정권은 역사적 진실의 중요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왜곡하지 말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21대 첫 국회에서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국가들에 대해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감사 결의안을 모든 원내 정당들이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백 예비역 대장은 6·25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 등에서 공적을 세워 6·25전쟁 영웅으로 불린다. 1920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그는 6·25전쟁 당시 1사단장, 1군단장 등을 맡았고 1960년 대장으로 전역한 후 외교관과 교통부 장관 등을 지냈다. 그러나 항일 독립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창설된 대대급 부대인 일제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던 사실이 드러나 친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앞서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지난달 28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백 장군은 현충원 안장 대상”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 처장은 “보훈처 소관이 아니지만 (국방부에) 확인해보니 서울현충원은 장군 묘역이 만장”이라며 “대전현충원으로 (백 예비역 대장을) 모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