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형제 40㎏, 9세 남아 23㎏…친부, 학대 몰랐을 리 없다”

입력 2020-06-08 11:14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혐의로 긴급체포 된 40대 여성이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여행 가방에 7시간 동안 감금돼 숨진 9세 A군이 지난달 아동학대 의심 사례로 신고됐는데도 가정으로 돌아간 것과 관련 8일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전문기관과 경찰이 상당히 안일하게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공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들이 (아동학대 정황이 있는 데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는 게 굉장히 많은 사례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 대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신고가 접수돼도 ‘원가정보호제도’에 따라 가정과 무조건 분리되지는 않는다. 공 대표는 “하지만 이 경우 상습적 학대 흔적이 있었고, 가정 환경상 학대 우려가 아주 컸다”며 “이런 경우는 아동을 분리해서 장기간에 걸쳐 상담을 하면서 진실을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에서 즉각 분리해야 한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A군은 어린이날이었던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A군의 눈과 손등에 멍 자국이 있었고, 담뱃불로 지진 흔적까지 발견됐다. 병원 측이 이를 확인하고 이틀 뒤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같은 달 13일 A군의 집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부모와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당시 A군은 ‘부모와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으며, 부모도 체벌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 대표는 “‘반성하고 있다, 다시는 이렇게 안 하겠다’는 가해자들이 늘 하는 이야기”라며 “부모와 아동의 말만 듣고 가정으로 돌려보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들은 부모와 분리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부모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누구보다 잘 아는 기관 상담원들이 그냥 돌려보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 대표는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 프로그램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면서 “경력 있는 상담원을 배치하고, 이런 기관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히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는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 대표는 아홉 살이었던 A군의 사망 전 체중이 23㎏에 불과했던 것을 언급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같은 나이였던 A군 계모의 친자녀의 몸무게는 40㎏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 대표는 “9세 남아 평균 몸무게가 약 32㎏인데 A군은 상당히 말랐던 것”이라며 “제가 겪었던 학대 사망 아동들은 이렇게 한결같이 상당히 말랐었다”고 했다.

A군의 친부가 자신은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장기간에 걸친 상습 학대를 몰랐을 수가 없다. 친부에 대한 조사도 해야 한다”며 “(알면서도 지켜보기만 했다면) 방임 학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