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윤미향, 숨진 소장 계좌로 위안부 조의금 받았다

입력 2020-06-08 11:01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이곳 소장 손모(60)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

6일 숨진 채 발견된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의 개인 계좌가 위안부 할머니 조의금 모금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4월 위안부 피해자 고(故)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고를 올리며 손씨 개인 계좌를 공개해 조의금을 걷었다. 해당 글은 현재 지워진 상태다.

윤 의원이 본인 계좌뿐만 아니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인사의 개인 계좌를 이용해 조의금을 받아온 것이다.

윤미향 페이스북 캡처

손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35분쯤 파주의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윤 의원은 손씨의 사망 소식에 검은색 상·하의 차림으로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을 찾았다. 그는 손으로 입을 막고 흐느끼며 쉼터 관계자들을 맞이했다.

이날 오후 6시쯤 ‘평화의 우리집’을 나온 윤 의원은 이순덕 할머니 조의금 입금 계좌가 손씨 개인 계좌로 명시된 데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대기하던 차를 타고 떠났다.

이후 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들이 대문 밖에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했다”며 언론과 검찰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면서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손씨를 추모했다.

윤 의원은 “소장님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며 버텼다”면서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다.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을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홀로 가게 해서 미안하다”고 썼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이곳 소장 손모(60)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

검찰은 손씨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고인을 조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서부지검은 7일 “평화의 우리집 소장 사망 소식과 관련해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고,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며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8일 손씨의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이날 오전 부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부검을 마친 뒤 시신은 유족과 정의연 측이 마련한 빈소로 옮겨질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