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누르고 강물에 투척…노예 8만명 판 영국무역상의 최후

입력 2020-06-08 10:50
7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에 밧줄을 걸어 끌어내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동상을 에이본 강에 던져버리는 장면. AFP AP 연합뉴스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이 촉발한 항의 시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영국에서 17세기 노예무역을 상징하는 인물의 동상이 강물에 버려졌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연대행동이라는 평가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7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에서는 1만명의 시민이 모여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가장 이목을 끈 대목은 일부 시위대가 콜스턴가(街)에 있는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에 밧줄을 걸고 아래로 끌어내리는 장면이었다.

이들은 바닥에 내팽개쳐진 동상을 짓밟고,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강경 진압에 숨질 때처럼 동상의 목을 한쪽 무릎으로 누르는 시늉까지 했다. 브리스틀은 과거 영국 노예무역의 중심지였고, 콜스턴은 17세기 때 노예 8만명을 팔아넘긴 무역상이었다.

7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을 끌어내린 뒤 짓밟고 있다. AP 연합뉴스

시민들의 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콜스턴 동상을 브리스틀 시내를 끌고 다니다가 항구 쪽으로 가져가 에이본 강에 던져버렸다. 인종차별을 향한 분노가 극에 달한 순간이었다.

1895년 세워진 콜스턴의 동상은 그간 존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17세기 브리스틀의 ‘로열 아프리칸 컴퍼니’라는 무역회사 임원이었던 콜스턴이 아프리카 흑인 남녀와 아동 등 총 8만여명을 노예로 팔아넘긴 인물이기 때문이다. 콜스턴은 노예무역상이었지만 1721년 사후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했고 브리스틀의 거리와 건물에는 그의 이름이 붙은 곳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을 에이본 강에 던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에 밧줄을 걸어 끌어내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올루소가 교수는 시위대의 이날 행동을 두고 BBC에 “브리스틀시가 진작에 콜스턴의 동상을 치웠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상이라는 것은 ‘이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고 위대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데, 콜스턴은 노예무역상이었고 살인자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자국 내 반(反) 인종차별 시위가 “폭력(thuggery)에 전복됐다”며 관련자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사람들은 평화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시위할 권리가 있지만 경찰을 공격할 권리는 없다. 이는 그들이 섬기려는 대의에 대한 배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미국 흑인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공권력의 강경진압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앞서 플로이드의 죽음에 “충격적이며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지난 6일 존슨 다우닝가 주거지 근처에서 시위대와 기마경찰이 충돌해 14명의 경찰관이 중경상을 입자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찰도 콜스턴 동상 파괴 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