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군내 징계 건수가 전년 대비 1만건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에서 병사 징계 건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인데, 육군 병사들의 형사 사건 기소 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육군이 병사에 대한 징계를 예년에 비해 소극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8일 국방부의 ‘2019 국방 법무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군 징계 건수는 총 4만2083건이었다. 2018년 5만2221건에 비해 20%가량(1만183건)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이전까지 군 징계 건수 감소폭은 2016년 4621건(2015년 대비 -7%), 2017년 4826건(-8%), 2018년 1539건(-3%)이었다. 3~8%이던 징계 감소율이 지난해 갑자기 20%로 커진 것이다.
지난해 병사에 대한 징계가 전년 대비 9827건 감소해 전체 징계 감소 수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군별로 살펴보면 육군 병사에 대한 징계는 9999건이 줄었다. 해군 병사는 84건이 줄었고, 공군 병사 징계는 256건이 늘어났다. 육군 병사 징계가 대폭 줄어든 것이 전체 징계 건수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육군 병사 징계 건수만 따져보면 2015년 5만3471건에서 2016년 4만8693건, 2017년 4만3994건, 2018년 4만1726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2019년은 3만1727건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2016년 9%, 2017년 10%, 2018년 5%이던 징계 감소율이 지난해 24%로 급격히 늘어났다.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육군 병사에 대한 징계는 폭행·모욕 등 분야에서 2958건, 직무태만 분야에서 2023건, 군사 보안 등 비밀 엄수 위반 분야에서 1586건, 상관 폭행 등 하극상 분야에서 1392건, 성폭력 등 분야에서 235건 등이 줄어들었다.
육군 병사 징계는 급감한 반면, 형사사건에 기소된 육군 병사는 오히려 증가했다. 군내 형사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2018년 1408명이던 육군 병사 기소 인원이 지난해 1440명으로 32명 늘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징계 건수가 급격히 줄어든 데 대해 “일과후 외출 및 휴대전화 사용, 군 복무기간 단축 등 병영문화 혁신제도가 정착되면서 복합적으로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소 증가에 대해선 “최근 군기문란 등을 엄벌하는 기조여서 징계에서 끝날 일을 형사처벌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사의 경우 형사처벌로 가면 징계를 따로 내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설명대로 군기문란을 엄벌하는 기조에서 육군 병사 징계만 크게 줄어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갑자기 육군 병사에 대한 징계만 대폭 감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군내 휴대전화 사용은 큰 변화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병영문화 혁신 등 정책적인 이유로 징계에 대한 기준이 완화된 것 같다”며 “(군 병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육군 병사 징계 건수를 낮추면 전체적으로 군내 사건사고 건수가 대폭 하락하는 셈이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징계 기준 완화가 올들어 야전삽으로 상관을 폭행하거나 3급 비밀인 암구호를 카카오톡으로 공유하는 등 군 기강 해이 사건이 속출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에는 밀입국 보트를 감시장비로 확인하고도 놓친 사건도 발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급격히 도입된 병영문화 혁신제도로 인해 현장에서 기강 해이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좀 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