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공격할 ‘파이터 여성’ 선택할 가능성
‘흑인’ 해리스·‘진보’ 워런,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
오바마 부인 미셀 ‘깜짝 카드’, 실현성 낮아
후보 중 백인·흑인 각 5명…바이든, 흑인에 높은 관심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직도 빈 자리가 남아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될 민주당 부통령 후보다.
부통령 후보는 단순한 얼굴마담이 아니다. 바이든의 약점을 메워줘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인물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부인 ‘미셸’ 깜짝 카드 거론…실현 가능성은 낮아
바이든은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정하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현재까지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가장 앞서 있는 인물은 카멀라 해리스·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다. 해리스 의원은 흑인이고, 워런 의원은 진보 진영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다.
퇴임 이후에도 흑인과 진보층의 사랑을 받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진영은 면접 등을 통해 여성 부통령 후보 고르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든은 “8월 1일까지 부통령 후보를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수 있는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이터 여성’이 낙점 받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바이든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흙탕물 싸움’에서 거리를 두고 그 역할을 여성 부통령 후보에게 맡기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또 여성 표를 의식해 여성 부통령 후보가 성 차별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여성 부통령 후보가 바이든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흑인 해리스 ‘최고의 선택’ …바이든 겨냥 ‘인종차별’ 공격 부담
흑인인 해리스 의원과 진보 성향의 워런 의원은 각각 백인 남성이면서, 또 중도 성향인 바이든의 약점을 메워줄 카드다. 해리스와 워런 모두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중도하차했던 공통점이 있다.
WP는 5일(현지시간) 자체 분석 결과, 바이든 부통령 후보군 중에서 해리스가 1위, 워런이 2위라고 순위를 매겼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해리스는 흑인이라는 점이 최대 무기다.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WP는 “바이든을 돕는 사람들은 해리스가 가장 안전하고 최선의 맞춤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흑인 사망 저항 시위가 불붙으면서 해리스의 몸값은 더욱 올라갔다. 해리스는 흑인 인권 운동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그러나 흑인이라는 점이 해리스에게 동전의 양면이다. 강점이자 약점인 것이다. 일부 백인 남성들은 해리스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6월 27일 민주당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해리스가 “바이든은 1970년대 흑백 인종 통합 교육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바이든에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하면서 직격탄을 날렸던 것은 해리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해리스는 경선 하차를 선언한 이후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워런, 부통령 자리에 적극적…보수세력 반감은 걸림돌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인 워런은 부통령 자리에 적극적이라고 WP는 전했다. 워런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의료보험 개혁을 두고 바이든과 다퉜지만 최근에는 바이든의 의료 정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워런은 ‘부통령 후보를 제안받으면 하겠느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그렇다”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워런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워런이 지난 3월 5일 경선 중도 하차를 결정한 이후에도 바이든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가난했던 유년 생활, 첫 사랑과의 결혼과 이혼, 출산 이후 늦깎이 로스쿨 공부, 펜실베이니아대학 등 명문대 교수를 거친 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 등 질곡을 극복한 워런의 라이프 스토리는 많은 힘든 여성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다.
하지만 워런 역시 강점이 곧 아킬레스건이다. 진보 성향의 워런에 대해 보수층은 반감이 적지 않다.
후보군 11명 중 백인 5명, 흑인 5명, 아시안계 1명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떠오르는 다크호스다. 휘트먼 주지사는 부통령 자리를 따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최근 “부통령 선정과 관련해 바이든 측과 접촉이 있었다”고 말했다.
휘트머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했다. 휘트머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지만, 코로나19 대처에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 조기 경제 정상화를 원했던 보수세력의 공격을 받는 점은 부담이다.
WP는 태미 볼드윈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 4위로 평가했다. 볼드윈의 최대 장점은 지역구가 이번 대선의 격전지인 위스콘신주라는 점이다. 볼드윈을 영입할 경우 위스콘신주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바이든 진영의 계산이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인 에이미 클로버샤는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역구가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국 경찰에 의해 사망한 미네소타주라는 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 발 데밍스 하원의원(플로리다주),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조지아 주의회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일리노이주), 수전 라이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미셸 루한 그리셤 뉴멕시코 주지사 등도 바이든의 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 중에서 덕워스 의원은 미 육군 헬기 조종사로 이라크전쟁에 참여했다가 2004년 자신이 몰던 블랙호크 헬기가 격추당해 두 다리를 잃은 사연을 갖고 있다.
WP가 후보군으로 지목한 인물은 모두 11명. 이 중 백인이 5명(워런·휘트머·볼드윈·클로버샤·그리셤)이었고, 흑인이 5명(해리스·데밍스·보텀스·에이브럼스·라이스)이었다. 덕워스는 태국에서 출생한 아시안계다. 흑인·유색 여성 후보군에 대한 바이든 캠프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