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7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 워싱턴DC에 배치됐던 주 방위군에 대한 철수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모든 것이 완전한 통제 하에 있는 만큼, 나는 방금 우리의 주 방위군에 대해 워싱턴DC에서 철수하는 절차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필요하면 신속하게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말인 전날 시위 상황과 관련해 “지난밤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더 적은 시위대가 나타났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올린 트윗에서 “예상보다 훨씬 적은 군중이 모였다”며 “주 방위군과 비밀경호국(SS), DC 경찰은 환상적인 일을 했다. 고맙다”고 언급했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며칠간 평화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1만 명도 넘는 인파가 대체로 ‘축제적인 시위’ 분위기 속에서 워싱턴DC를 행진한 뒤 트윗을 올렸다면서 “그동안 도시를 집어삼킨 긴장이 누그러지기 시작한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미국 전역에서는 지난달 25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대대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주말인 지난 6일에도 동부 뉴욕에서 서부 로스엔젤레스에 이르기까지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는 구호를 내건 시위가 벌어졌다.
평화시위가 벌어지는 지역도 있었지만, 일부 도시에선 약탈과 절도 등 범죄가 이어지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일 워싱턴DC를 비롯해 29개 주에 주 방위군을 배치했다.
주 방위군은 자기 주(州)를 지키는 군대로 육군과 공군으로 구성돼 있다. 50개 주와 괌, 푸에르토리코 등 자치령에서 약 45만 명이 있다. 11개 주에 투입된 3900명과 DC를 기반으로 하는 1200명 등 대략 5000명 규모의 주 방위군이 수도 지역에 배치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모두를 철수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주에서 온 주 방위군만 지칭한 것인지 명시하지 않다.
앞서 워싱턴DC 주 방위군 윌리엄 워커 사령관은 전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방부의 요청으로 11개 주에서 파견된 주 방위군들이 이르면 8일 워싱턴을 떠난다”고 밝혔었다. 시위 격화에 대비해 워싱턴DC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군 병력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지시로 복귀 작업을 시작한 상태이다.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은 지난 5일 워싱턴DC 인근에 배치된 약 500명의 병력이 원래 있던 기지로 귀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매카시 장관은 여전히 일부 병력은 워싱턴DC 인근에서 경계태세 상태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 방위군 철수 결정은 평화 시위가 자리 잡는 분위기에 더해 강경 대응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여론의 부담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도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주 방위군의 철수절차 본격 돌입으로 국방수장 항명 사태로까지 빚어졌던 군 동원 문제가 일단락될지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주지사가 주 방위군을 동원하지 않으면 대통령 권한을 활용해 자신이 직접 군대를 배치하겠다면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틀 뒤인 3일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고,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도 “분열을 부추긴다”며 공개 비판하는 등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과 군 인사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비화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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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