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부진은 심각했다. 6월 치른 6경기에서 평균 10.5점을 허용했다. 10점 이상 허용한 경기만 3번(2일 키움 히어로즈전 15실점, 5~6일 NC전 13·14실점)일 정도. 반면 평균 득점은 2.3점이다. 3점 넘게 올린 경기가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구단 최다 14연패 타이 기록을 세운 7일 경기에서도, 한화는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한용덕(55) 한화 감독은 7일 경기가 끝난 뒤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최하위권을 전전했던 한화와 그런 한화의 옆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응원한 팬들에게 2018년 가을야구를 선사한 ‘고마운’ 감독의 쓸쓸하기만 한 마지막 모습이었다.
부진한 성과를 조직의 총 책임자에게 돌리는 건 쉬운 방법이다. 한 사람의 용퇴로, 수면 위로 드러난 저조한 성과와 조직을 향한 비판, 조직 내부의 갈등을 한꺼번에 덮거나 회피해버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그건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14연패 끝에 감독이 사퇴하기까지 팀이 보인 문제점들을 한화는 직시해야 한다. 당장 올 시즌 성적뿐만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해서다.
‘코치진 변경’으로 노출된 구단-현장 간 불협화음은 큰 문제다. 한화는 지난 6일 코치 징계 과정에서 구단과 현장이 갈등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한화는 6일 NC와의 경기 전 장종훈(수석) 정민태(투수) 김성래 정현석(타격) 등 4명의 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들 4명은 경기장에 출근한 뒤 경기를 지켜보지도 못하고 귀가했다. 한 감독은 대체 코치를 등록하지 않았고, 코치 4명이 없는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다. 연패에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상황에 벌어진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화는 경기를 마친 뒤 2군 코치들을 1군에 올렸지만, 수석 코치는 공석으로 유지했다. 그리고 7일 경기 전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한화는 14연패를 했다. 안 그래도 한화가 오랜 기간 부진한 성적을 이어 오면서 한화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로 인식되는 상황. 당장 올 시즌 감독대행을 맡을 팀 내 인사든, 다음 시즌에 새로 올 외부 인사든 이런 불협화음 속에선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본인만의 철학을 마음껏 펴기 힘들다. 팀 내부 갈등을 해소하는 게, 정민철 단장 등 한화 프런트에 닥친 급선무다.
선수단 분위기 쇄신도 시급하다. 그동안 팀의 중심을 이루는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이 한화 전력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김태균(타율 0.156) 송광민(0.217) 이성열(0.226)을 비롯해 베테랑 타자들은 1~2할대 빈타에 시달린다. 심지어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도 86타수 18안타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7일 경기에서 한화 타자들은 단 2안타만 기록했다. 중계를 맡은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상대 4~5선발을 상대로도 5회까지 아무런 공략을 못했다”며 침체된 타선을 비판했다. 그런 한화 타선에서 이날 NC를 상대로 가장 빛났던 건 6회 말 간절한 주루 플레이를 펼친 프로 2년차 노시환이었다.
감독 대행을 맡을 걸로 보이는 건 최원호 2군 감독이다. 그를 보좌하는 건 1군으로 승격된 2군 코치들이다. 시즌 중간, 가장 어려울 상황에 이들은 최다 연패 저지란 감당할 수 없는 중책을 맡게 됐다. 적극적으로 유망주를 기용하든 선수를 트레이드하든 전폭적인 변화 없이 한화의 반전은 힘든 상태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선 다시, 구단과 현장 사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의 갈등 해소와 신뢰 회복이 필요해 보인다. 한 감독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것처럼 ‘짠한 야구’가 아닌 ‘멋진 야구’를, 다시 하기 위해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