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대 일간지의 편집장이 흑인 인권시위를 폭동으로 조롱하는 기사 제목을 단 사실이 알려져 소속 기자들의 거센 항의에 사의를 밝혔다.
해당 편집인은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는 시위 구호를 비웃듯 “(시위로 파손되는) 건물도 귀하다”(Buildings matter, too)는 기사 제목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내부제보를 받았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인물은 10년차 편집장이자 부사장인 스탠 비슈노프스키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자 시위 보도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흑인 인권시위 과정에서 역사적인 건물들이 파손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고 이에 편집장은 “건물도 귀하다”는 조롱성 제목을 달아 출판했다.
이후 언론사 소속 유색인종 기자 40여 명은 항의 차원에서 단체로 병가를 냈다.
기자들은 공개 성명에서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한 몇 년간의 노력이 파렴치한 결정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한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비슈노프스키를 비롯한 3인의 편집장들은 공동 사과문을 올렸다.
편집장들은 “제목 작성을 위한 데스킹 과정을 거쳤음에도 용납할 수 없는 제목이 달렸다”고 밝혔다. 또한 문제의 헤드라인은 “흑인의 생명을 건물 파손쯤으로 비웃었다”고 인정하고 개인의 독단적인 출판이나 혐오적 내용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같은 날 공식 트위터에도 사과문이 게재됐다. 해당 트위터에는 “인쇄해선 안될 제목”이었다면서 “지역 공동체를 보다 잘 반영하는 뉴스룸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콰이어러의 공약이 담겼다.
제보에 따르면 비슈노프스키는 6월 12일 마지막 출근하며 그의 후임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현재 비슈노프스키는 사건의 정확한 경위에 대한 인콰이어러와 CNN 양측의 질의에 답하지 않고 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