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21대 국회 임기 개시에 발맞춰 상징성이 큰 1호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이익과 직결되거나 지지 계층을 대변하기 위한 내용을 1호 법안에 주로 담았다. 일부 의원은 뜨거운 이슈를 직접 다루는 1호 법안을 제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초선 의원들은 첫 입법 활동인 만큼 더욱더 공을 들였다.
서울 강남3구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경쟁하듯이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배현진 통합당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에 밀착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내놨다.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2억원)으로 상향하고, 60세 이상 고령자나 5년 이상 장기보유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율을 높이는 게 골자다.
강남갑이 지역구인 태영호 통합당 의원도 1가구 1주택자를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종부세 부담에 민감한 고가 아파트 단지가 몰린 지역에서 당선된 배 의원과 태 의원 모두 선거 기간 때부터 공약으로 내걸며 준비해온 법안들이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지역구인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지역 숙원 사업인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꺼내 들었다. 이 의원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공공의대는 보건복지부가 2018년 남원에 설립을 발표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공공의대 설립은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과 부지 활용 문제가 걸려 있어 전북 지역에서 큰 관심을 받는 사안이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은 해당 분야와 관련된 법안을 준비 중이다. 탈북민이자 북한 인권운동가인 지성호 통합당 의원은 북한 인권침해 피해보상특별법과 사실상 사문화된 북한인권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북한 인권침해 피해보상특별법은 북한에서 인권 침해를 당할 경우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척수장애인으로 4·15 총선 민주당 영입 인재 1호였던 최혜영 의원은 장애인이 만 65세 이후에도 활동 보조 및 방문 간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했다.
주목받는 이슈를 선도하는 1호 법안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제한하는 취지의 법률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대북 전단 살포는 북측의 불쾌감 표시와 우리 정부의 살포 금지 법률 제정 검토 등으로 최근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대북 전단을 남북 간 교역 및 반출·반입 물품으로 규정하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북 전단 살포는 법률상 정해진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사실상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게 된다.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국가채무비율 45% 이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고, 기본소득 논의가 싹트는 시점이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것이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등 역사적 사실을 부인·왜곡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징역·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역사 바로 세우기’ 입법에 속도를 내는 데 보조를 맞춘 것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