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말 0-6으로 끌려가던 한화 이글스 공격. 노시환이 NC 다이노스 선발 이재학의 퍼펙트 행진을 깨뜨리고 한화 선수로선 이날 경기 처음으로 2루 베이스를 밟았다. 이어진 이용규의 내야 안타 상황. 노시환은 혀를 턱까지 내곤 발에 땀이 나게 달렸다. 그리고 영패를 당할 위기에 처한 한화에 귀중한 추격의 1점을 안겼다. 연패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화 선수들의 간절함이, 프로 2년차 선수의 필사적인 주루에 묻어져 나왔다. 한용덕(55) 한화 감독은 그런 노시환에게 박수를 보냈다.
거기까지였다.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NC와의 시리즈 3차전에서 2대 8로 패했다. 지난 23일 NC전부터 14연패 째. 한화 선수들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한화가 기록한 구단 최다 연패와 타이기록을 썼다. 한 감독은 경기 뒤 성적을 책임지고 자진 사퇴했다.
경기 내용은 처참했다. NC 선발 이재학은 이날 7이닝 2피안타 2탈삼진 1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3승(1패)째를 거뒀다. 한화 선수들은 6회말 노시환과 이용규의 안타를 제외하곤 한 번도 단 한 번도 이재학을 공략하지 못했다.
반면 이재학은 이날 경기로 자신이 왜 ‘한화 킬러’인지를 증명했다. 이재학은 2015년 9월 17일 대전 경기부터 한화전에 등판해 패가 없다. 2016년엔 정규리그 2경기에서 한화를 만나 2승(평균자책점 2.03), 2017년 3경기 1승(3.65), 2018년엔 3경기 1승(2.45)을 거뒀다. 지난 시즌엔 5경기 29피안타 1피홈런 5볼넷 24삼진 8실점(평균자책점 2.40)으로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선 5회까지 ‘퍼펙트’ 피칭이었다.
한화 선수들이 이재학에 묶여있는 동안 NC 타자들은 불을 뿜었다. NC는 1회초 이명기가 좌중간 2루타, 나성범은 우익선상 2루타를 터뜨려 초반부터 점수를 냈다. 3회엔 볼넷 2개로 2사 1, 3루가 된 상황에서 강진성이 2타점 2루타를 날린 뒤 볼넷 3개를 추가해 4-0까지 앞서 나갔다. 한화 선발이었던 2000년생 프로 2년차 김이환은 연패 기록의 기로에 놓인 중요 경기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2⅔이닝 4피안타 5볼넷 4실점으로 강판됐다.
주도권을 잡은 NC는 6회초 에런 알테어의 솔로포와 이명기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한화는 6회말과 8회말 2점을 따라갔지만, NC는 7회 초와 9회 초 알테어와 김태군의 적시타로 각각 1점을 더해 8-2로 한화에 14연패 타이기록의 불명예를 안겼다.
한 감독은 이날도 부진한 경기력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자진 사퇴라는 결심을 내렸다. 그만큼 한화의 침체는 심각했다. 한화는 6월 치른 6경기에서 평균 10.5점을 허용했다. 10점 이상 허용한 경기만 3번(2일 키움 히어로즈전 15실점, 5~6일 NC전 13·14실점)일 정도다. 반면 평균 득점은 2.3점이다. 3점 넘게 올린 경기가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전날 4명의 코치를 갑자기 1군에서 제외해 논란을 일으켰던 한화는 이날 2군에서 새로운 코치 4명을 보강하며 칼을 빼들었지만, 결국 연패 기록과 한 감독 사퇴를 막지 못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