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앞 무릎 꿇지마!” 트럼프 엄포에 NFL스타 “역사 동참”

입력 2020-06-08 06: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AFP 연합뉴스)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은 NFL 선수들(오른쪽, EPA 연합뉴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행위인 ‘무릎 꿇기’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스포츠 경기를 앞두고 성조기 앞에 무릎을 꿇는 건 국기 모독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엄포에 대표적 백인 스타선수 드루 브리즈는 물론 NFL 운영진이 “흑인사회의 고통에 대한 역사적 동참”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시위할 때는 아무래도 좋지만, 위대한 성조기 앞에서는 절대 무릎 꿇기를 하지 말라”면서 “국기 앞에서는 경건함을 갖춰 똑바로 서서 경례하거나 가슴에 손을 얹으라”고 지적했다. 무릎 꿇기를 국가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국기 앞에서 절대 무릎을 꿇지 말라"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트위터 캡처

이에 브리즈는 “누구도 성조기를 모독하려 (무릎꿇기) 한 적 없었다”고 지적했다. 브리즈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사람들을 편가르는 데 성조기를 악용하지 말라”면서 “성조기 얘기는 그만두고 인종차별, 경찰의 야만적인 행위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NFL 백인 스타선수인 드루 브리즈가 "(무릎 꿇기는) 성조기에 대한 모독행위인 적이 없었다"며 "성조기 얘기보다는 인종차별, 경찰의 야만적인 행위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브리즈는 NFL 시즌이 개막했을 때 경기장에서 국가가 나오는 도중 무릎을 꿇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당시 브리즈는 무릎 꿇기는 “국기를 무시하는 행동”이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가 비판을 받은 뒤, 연민과 공감이 부족했다며 직접 사과했다.

다수의 동료 선수들도 침묵을 깨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1시간정도 지나고 나서 복수의 프로선수들은 “나도 (경찰의 무릎 누르기로 질식사한) 조지 플로이드였을 수 있다” “지켜왔던 침묵을 반성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복수의 NFL 선수들이 공식 트위터 계정에 출연해 "그동안 침묵한 것을 사과한다"며 조지 플루이드의 죽음을 애도하는 발언을 모았다. 트위터 캡처

선수들의 연이은 무릎 꿇기 지지선언에 NFL 주최 측도 합류했다. 로저 구델 NFL 총재는 “우리 NFL은 선수들의 평화로운 입장 표명을 지지한다”면서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NFL 공식 트위터 영상에서 외쳤다.
로저 구델 NFL 총재는 "흑인들의 삶도 소중하다"면서 "NFL 선수들의 소신있는 입장 표명을 지지한다"고 NFL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밝혔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