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떠나고 남겨진 맘 무거워” 숨진 쉼터소장 SNS글

입력 2020-06-08 00:03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관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소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소장 A씨(60·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그가 생전 SNS에 남겼던 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언급한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

7일 A씨의 SNS 계정에는 그가 지난 3월 31일 작성한 글이 남아 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달 7일 윤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하기 이전에 작성된 글이다.

해당 게시물에서 A씨는 “그녀 윤미향을 만난 건 2004년 5월. 쉼터에 기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다”며 “할머니들의 트라우마가 만만치 않아 3개월 사이에 몇 번의 사표를 내고 마지막 그 해 8월이었던가, 그녀의 눈물을 보고 ‘다시는 사표 이야기하지 않을게요’(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까지 동지처럼, 친구처럼 함께 웃으며 지내오는 동안 그녀는 어느새 흰 머리가 늘어났다”면서 “우리는 그동안 그녀에 대해 얼마나 배려하며 살았을까”라고 자문했다.

A씨는 “그녀(윤미향 의원)는 남에게 베푸는 것을 아주 좋아해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기부를 했다”며 “너무 많은 일들을 웃으며 했기에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녀는 우리에게 큰 힘이었다”면서 “쉼터에 급한 일이 생기면 새벽에도 전화를 하기에 그녀의 머리맡에는 24시간 전화기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고 돌이켰다.

A씨는 특히 윤 의원의 정계 진출 소식을 언급하며 다소 씁쓸해하면서도 애써 웃으며 보내주겠다고 다짐했다.

A씨는 “그것이 얼마나 큰마음이었는지 이제는 깨닫는다”며 “갑자기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간다는 얘기에 축하하고 힘을 줘야 하는데 괜스레 남겨진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제는 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떠나야 하기에 기쁨으로 보내야만 한다”며 “그러는 내게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 사진이 아주 활짝 웃으며 ‘보내주어야지’ 하신다”고 적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6일 오후 10시35분쯤 주거지인 경기 파주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나오지 않았으며, 외부인 출입 흔적도 없었다. 경찰은 주거지 주변 CCTV에 사망 추정 시간 전 A씨가 홀로 귀가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던 것으로 보아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최근 “검찰 압수수색 이후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는 말을 주변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의 부실 회계 의혹 등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이날 마포 쉼터를 찾아 슬픔을 삼켰다. 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의원은 전날 밤에는 과거 A씨를 회고하며 썼던 글을 다시 올렸다가 지우기도 했다. 그는 “A씨 덕분에 우리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만들어내는 우리와 할머니들의 웃음이 우리 운동에 큰 에너지가 됐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