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코로나 동상이몽’… 내년 최저임금 상당한 진통 예상

입력 2020-06-07 17:31
지난해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근로자, 공익 위원들이 회의 시작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노사(勞使)가 유례없는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노사가 동시에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어서 어느 한 쪽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계는 올해 인상률(2.9%)을 만회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할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9명 중 무려 6명을 교체했다. 양대 노총이 근로자위원을 대거 교체한 것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더 나아가 코로나19로 노동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생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7일 “국민 기본소득 도입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최저임금을 동결하면 노동자의 기본 생존권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작년처럼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할지는 불확실하다. 올해 최저임금(8590원)보다 무려 16.4% 인상률을 끌어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당장 존폐를 걱정할 수도 있다”면서 “기업이 무너지면 근로자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10곳 중 8곳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기업은 신규채용을 더 줄이거나 감원 등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엄포도 놨다. 지난 2년간(2018~2019년) 최저임금이 29.1%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 모두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거나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무조건 코로나19 위기만 탓하는 것은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객관적 지표와 통계를 바탕으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면서 “노사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기 때문에 객관적 지표와 통계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노사정의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최저임금이 오른다면 원포인트 대화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