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마포 쉼터’ 소장 숨진 채 발견… 윤미향 의원 오열

입력 2020-06-07 17:15 수정 2020-06-07 18:22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지인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서울 마포구에 운영 중인 ‘평화의 우리집’ 소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7일 경기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평화의 집 소장인 손모(60·여)씨는 전날 오후 11시쯤 파주의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손씨의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전날 오전 11시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귀가한 손씨는 이후 CCTV 등에 다른 행적이 기록되지 않았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10시30분쯤 함께 근무했던 지인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안 된다”며 신고하자 소방 당국과 함께 자택에 진입, 화장실에서 손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손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포렌식 과정을 통해 고인의 통화기록 등을 확인하고 8일 오전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계획이다.

손씨는 2004년 5월부터 평화의 집에서 소장으로 근무했다. 부산의 한 가톨릭 시설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전신)의 쉼터 소장 구인 공고를 보고 상경해 16년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셔왔다.

그간 손씨는 평화의 집에 사실상 거주하며 길원옥, 고(故)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살펴왔다. 함께 활동했던 지인들은 그를 ‘따뜻하고 헌신적인 인물’로 기억했다. 평화의 집 자원봉사자 A씨는 “고인은 가족들도 하기 힘들 정도로 헌신적으로 할머니들을 돌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씨는 최근 정의연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작되고, 지난달 21일 평화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되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과거 자신의 SNS에서 수차례 사표를 냈지만, 윤 의원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었다. 정의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인이) 평생을 바친 일을 사회가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에 자괴감과 분노를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의 집에서 오열하는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의원은 손씨가 숨진 것을 두고 언론과 검찰에 분노를 표출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기자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썼다. 윤 의원은 “나는 뒤로 물러설 곳도,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버텼는데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송경모 최지웅 기자, 파주=김지애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