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자동차 내수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출량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도 내수 판매에 힘입어 최악의 위기를 면해 왔다. 하지만 ‘신차 효과’가 떨어질 시기가 된데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당장 7월부터 줄면서 내수 판매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은 18억5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 비중은 5.2%로 감소했다. 22년 4개월 전인 1998년 1월(4.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도체와 더불어 수출 시장을 주도해왔던 자동차의 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반기부터 수출뿐 아니라 내수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각 업체가 발표한 판매 실적을 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는 내수 14만6130대, 수출은 27만7286대를 팔았다. 수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47% 줄었지만, 내수는 9.2% 증가했다. 수출은 거의 반토막이 났는데도 내수는 선방한 것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줄줄이 출시된 신차들의 흥행이 상반기 내수 판매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반떼, 르노삼성자동차 XM3, 한국지엠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차 효과는 다음 달부터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신차가 출시되면 3~4개월 동안 일시적으로 판매 특수를 누린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그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의 개소세 인하 혜택이 줄어드는 것도 내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소비 진작 차원에서 기존 5%였던 개소세를 70%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런데 7월부터 올해 연말까지는 개소세 인하 폭이 30%로 줄어든다. 또 개소세를 최대 100만원까지 깎아주던 상한선도 사라진다.
하반기에도 개소세 인하는 이어지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70% 인하된 개소세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또 최소 6700만원 이상 고가의 자동차를 사야 기존보다 더 많은 할인을 받게 된다. 일부 고가의 자동차를 제외하면 다음 달부터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오히려 차 값이 갑자기 올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개소세 감면은 시행 초기 판매 증가에 도움을 주지만, 지속되면 효과가 떨어진다. 단계적으로 감면 혜택을 줄이거나 내수 증가를 이끌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