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생활 속 거리두기)으로 전환한 기준인 ‘하루 확진자 50명 미만’이 수도권 수치 만으로도 깨졌다.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과 등교수업 방역에 집중한 사이 방문판매업소, 생활체육시설 등 예상치 못한 곳이 뚫렸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7명으로 이틀째 50명을 넘겼다. 이 중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 환자가 52명으로 집계돼 수도권 수치 만으로도 ‘하루 확진자 50명 미만’이란 기준을 넘겼다.
생활방역 전환의 또 다른 기준인 ‘감염경로 미확인 비율 5% 미만’은 이태원 사태와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을 거치면서 일찌감치 넘어섰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날 0시까지 2주간 신고된 586명 중 8.7%(51명)가 감염경로 미확인 사례다. 그럼에도 정부는 생활방역을 유지했다. 등교수업이 예정대로 진행됨에 따라 수도권에 한해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학원, 노래방, PC방 등을 대상으로 영업중단 권고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방역지침을 내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정부가 이태원 사태, 등교수업 등을 이유로 유흥시설과 학원, 노래방 등에 방역을 집중한 사이 생각지 못한 방문판매업소와 생활체육시설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서울 관악구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관련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4명 늘어 46명을 기록했다. 서울 양천구 탁구장과 관련해서는 탁구장 방문자 1명, 방문자와 접촉해 감염된 2명이 추가돼 최소 20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은 인구밀집 등에서 대구·경북과 다르다고 수차례 경고했는데 정부 메시지에 혼선이 있었다”며 “휴가철까지 오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