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들이 2022년 3월로 예정된 20대 대선 출사표를 던지지는 등 군불을 때고 나섰다. 잠룡급 인사들의 ‘때이른’ 대권 선언에는 “대선후보 선점이 베스트 전략”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래통합당 안팎에서는 너무 이른 대권 행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4·15 총선 참패로 위기에 내몰린 통합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잠재적 대권 주자 간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장 적극적인 대권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인물은 유승민 전 의원이다. 그는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 카페에 영상메시지를 잇달아 올리며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지난 4일 유튜브를 통해 “1년 10개월 후 대선이 있다. 제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며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남은 하나 저의 정치적 도전, 그것만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고 했다. 지난달 26일에도 유 전 의원은 “반드시 제가 보수의 단일후보가 돼 본선에 진출해서 민주당 후보를 이기겠다”고 선언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도 일찌감치 대권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전국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정치 버스킹’을 하겠다는 구상도 세웠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어느덧 세월이 흘러 국회 최고참이 됐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의도 생활을 후회 없이 보내겠다”며 이번 대권 출마가 마지막 정치 도전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대선을 22개월가량 앞두고 나온 이들의 출사표에는 ‘마지막 정치 행보’라는 조바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권 의지를 확실히 드러내지 못하면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홍 전 대표는 24.03%, 유 전 의원은 6.76%의 표를 얻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들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여권 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가 압도적 선두를 보이면서 통합당은 여전히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조해진 의원은 7일 “통합당 체력이 바닥났기 때문에 당의 잠재 역량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대권 주자가 앞장서야 한다. 대선이 1년 10개월 남았지만 준비의 골든타임은 지금부터 1년”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 기간에 당 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남은 대선 레이스는 무의미하다”며 “이 1년 안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대권 도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원 지사는 서울에 차릴 캠프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에서 패배한 오 전 시장은 당 안팎 인사들을 만나 낙선 인사를 하며 향후 행보를 구상 중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의 미래를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작용하고 있다”며 “당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이들이 마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성급한 대선 행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통합당 전 의원은 “일찍 대권 행보를 띄우는 만큼 일찍 질 가능성도 커진다. 대선 주자라는 것은 국민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박지성 선수를 발굴한 히딩크 감독을 거론하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칠 것이 아니라 대선 후보군이 함께 뛸 운동장과 마이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