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 속 일본도 고뇌… 홍콩보안법 中규탄에 불참

입력 2020-06-07 15:05 수정 2020-06-07 15:24
지난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규탄하는 국제 성명서에 이름을 올려달라는 미국, 영국 등의 제안을 받고도 이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도통신은 7일 홍콩보안법 규탄 공동성명에 참여한 복수의 관계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중 갈등 속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일본 정부의 딜레마를 보도했다. 문제의 성명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가 이름을 올린 공동성명으로 홍콩보안법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준수한다는 전제 하에 홍콩 반환을 규정한 1984년 중·영 공동선언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담겼다.

참여국들은 성명 발표 전까지 물밑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참여 의사를 타진했으나 일본은 끝내 동참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여국 당국자는 통신에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했을 것이다. 솔직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당시 중국 규탄 4개국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대신 별도의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홍콩의 자유와 법치주의 원칙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본도 중국 측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며 자국의 대응이 4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명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시도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일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당초 올해 4월을 목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 방문에 공을 들여왔다. 시 주석의 방일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새로 규정하는 다섯번째 정치문서(제5의 정치문서)를 발표해 외교적 유산으로 남기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연내 실현되기 어려워진 상태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시 주석을 연내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강압적인 홍콩보안법 추진과 관련해 여당인 자민당에서 시 주석 국빈 초청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도 변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