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엄포에도 말 없는 靑…통일부는 “합의 준수” 입장만

입력 2020-06-07 14:49

청와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비난 담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엄포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관련 입장은 통일부에서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들도 말을 아꼈다. 통일부는 이날 “정부의 기본 입장은 판문점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북한 통일전선부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조치를 언급한 이후 처음 나온 정부 입장이다.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공개적으로 대북 전단 살포가 “백해무익”하다고 규정한 바 있다. 통일부는 전단 살포 단속을 위한 법 제정 의지까지 밝혔다. 그런데도 북한은 대남 비판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남북 화해의 최대 성과물인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입장까지 밝혔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북한의 엄포에도 ‘로키(절제된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일단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뢰 관계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3일 김 제1부부장이 청와대의 북한 화력전투훈련 유감 표명을 맹비난하는 논평을 냈을 때 불과 이틀 후에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대응 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을 위로하는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전했었다. 남북 및 북·미 관계의 교착에도 두 정상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정도로 신뢰가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코로나19 보건협력, 동해 철도 연결 등의 뜻을 북한에 전달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국제적인 교류나 외교가 전반적으로 멈춰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 계속 독촉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우리의 제안이 북한에 받아들여지도록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도 앞두고 있어 긴장을 키우지 않으려 최대한 절제된 대응을 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