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부통령’ 강점…성폭력 의혹 등은 걸림돌
3수 끝에 대권도전…그러나 민주당 주류세력 작품
‘코로나·항의 시위’ 트럼프 위기…바이든, 격차 못 벌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인디애나주·메릴랜드주 등 7개주와 워싱턴DC에서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대선 후보 확정에 필요한 대의원 수 1991명을 넘긴 2004명을 확보했다고 AP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3일 치러질 미국 대선은 공화당 후보로 나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간의 대결로 조기에 확정됐다.
바이든, 풍부한 정치경험 강점…성폭력 의혹 등 걸림돌
바이든 전 부통령은 풍부한 정치경험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냈던 경력, 노동조합과의 연대 등이 강점이다.
그러나 77세의 고령에다 상원의원 시절 성폭력 의혹,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개입 의혹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다 워싱턴 정치권에서 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 44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일한 탓에 기득권 세력 이미지를 주는 것은 큰 장애물이다.
바이든은 29살이었던 1972년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30살에 상원의원 임기를 시작하면서 미국 역사상 6번째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기록됐다.
이를 시작으로 바이든은 6년 임기의 상원의원을 6번이나 지냈다. 이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부통령을 맡았다.
화려한 정치인생이었지만 그에게도 못 이룬 꿈이 있다. 바로 미국 대통령이다. 바이든은 1988년과 2008년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면서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두 번 모두 바이든은 경선에서 중도 하차를 선택했다. 하지만 3수 끝에 대권 도전의 기회를 거머쥐었다.
3수 끝에 대권 도전…그러나 민주당 주류 작품
올해 민주당 경선도 시작은 가시밭길이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함께 2강으로 꼽혔던 바이든은 경선 1차전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충격의 4위를 기록했다. 바이든은 2차전이었던 뉴햄프셔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선 5위로 추락했다. 바이든이 경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나올 정도로 일대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바이든은 3차전이었던 네바다주에서 2위를 기록하면서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했고, 마침내 4차전이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드디어 1위를 차지하면서 ‘대세론’을 되살렸다.
하지만 바이든의 경선 승리는 바이든의 개인기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민주당 주류세력의 작품이었다. 민주당 주류들은 급진 좌파라는 ‘색깔론’ 비판을 받는 샌더스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다가는 필패할 것이라는 위기론에 휩싸였다.
결국 중도표 분산을 막기 위해 미국 14개주에서 경선이 동시에 실시됐던 ‘슈퍼 화요일(3월 3일)’ 직전에 중도 성향의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중도 세력의 몰표를 받으며 바이든은 다시 우뚝 섰다.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샌더스 상원의원이 줄줄이 경선 포기를 선택한 것은 결정타가 됐다. 판세는 일찌 바이든 쪽으로 기울면서 민주당 경선은 맥 빠진 레이스가 됐다.
뜨지 않는 바이든…위기에 빠진 트럼프와 격차 못 벌려
이제 대선 본선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혈투가 됐다. 가장 치열하면서도 추악한 선거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는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미국 전역으로 번진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트럼프의 최대 자랑거리였던 경제 호황은 물거품이 됐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109만명을 넘어섰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그렇다고 바이든의 낙승이 예상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공영방송 PBS·마리스트대학이 지난 2∼3일 미국 성인 958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은 50%의 지지를 받으며 43%를 얻은 트럼프를 7% 포인트 차로 앞섰다.
NPR·PBS·마리스트대학이 공동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지난 2∼3일은 미국 내에서 흑인 사망 흑인 시위가 불붙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지율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9∼31일 진행됐던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의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48%)과 트럼프(41%) 지지율 차이는 7% 포인트였다.
트럼프가 수렁에 빠진 상태에서 바이든의 뜨지 않는 지지율은 민주당의 큰 고민거리다.
‘반(反) 트럼프’ 말고는 뚜렷한 전략이 없다는 지적도 바이든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고령의 바이든이 코로나19를 피해 80여일 동안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에 머물러 있었던 것도 민주당을 애타게 만들었다.
게다가 바이든은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USA투데이는 항의 시위가 폭력·약탈 시위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바이든이 마냥 시위를 지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