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의 ‘여름X댄스X혼성 그룹’ 프로젝트 6일 방송은 이효리, 비(정지훈), 유재석으로 시작해 린다G, 비룡, 유두래곤으로 끝이 났다. 팀명도 정해졌다. 가요계를 세 명이 싹 쓸어버리자는 의미로 ‘싹쓰리’다.
팀 ‘싹쓰리’는 MBC ‘놀면 뭐하니?’ 이날 방송에서 활동 신호탄을 쐈다. 이들은 한여름인 7월 데뷔를 앞두고 콘셉트 회의에 몰두했다. 네티즌과 라이브로 소통하며 음악 장르, 팀명과 부캐릭터(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까지 완성했다. 라이브 생중계는 방송 이틀 전 기습으로 진행됐는데 평일 낮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10만여명이 몰렸다.
시청률은 부캐를 확정할 때 폭발했다. 가요계와 예능계를 넘나든 레전드 3인방은 린다G(이효리), 비룡(비), 유두래곤(유재석)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특히 린다G는 미국에서 미용실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40대 여성으로 설정됐다. 해당 장면에서 시청률은 12.2%(닐슨코리아)까지 치솟았다.
팀 내 역할을 분배할 때도 남다른 케미(사람 사이의 조화나 호흡)를 자랑했다. 최정상 가수인 이효리와 비가 “서브 보컬 정도는 맡을 수 있다”고 하자 유재석은 “그럼 내가 메인을 할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비는 “요즘 보컬 레슨 받고 있는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디션을 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음악 장르 논의는 사뭇 진지하게 이뤄졌다. 이효리가 ‘다시 설레는 여름’을 노래하고 싶다고 말하자 모두가 동의했다. 이밖에도 ‘포기해’ ‘상상 FLEX’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싹쓰리’ 결성은 혼성그룹이 사라진 지금의 가요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룰라’ ‘쿨’ ‘샵’ ‘코요테’ 등 혼성그룹 전성기였던 90년대 가요계는 지금보다 훨씬 대중적이었다. 대중가요를 향유하는 팬층의 연령과 성별의 범위가 넓었다.
하지만 지금은 팬클럽을 중심으로 한 팬덤 문화가 자리 잡았다. 대중적 인지도 보다 가수의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해 얼마나 탄탄한 팬덤을 모으는지가 성패의 기준이 됐고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가진 아이돌 그룹 중심으로 가요계가 재편됐다.
아이돌 그룹의 팬덤은 특별한 판타지를 갖고 있는데, 한 가요계 관계자는 “지금의 팬덤은 가수가 일과 팬들에게만 집중하기를 바란다”며 “남녀 가수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태호 PD는 혼성그룹이라는 블루오션을 노리면서 지속성이 없어도 되는 여름 한 철 장사를 타깃으로 삼았고 대중적 영향력이 있어 굳이 팬덤의 화력이 없어도 되는 톱스타 세 명을 모았다. 이효리, 비, 유재석이기에 가능한 그룹인 셈이다.
다만 ‘싹쓰리’가 성공적으로 데뷔를 하고 흥행을 이끈다고 해도 향후 가요계에 혼성그룹이 대세로 떠오르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결집력이 낮은 혼성그룹을 매니지먼트 하기엔 위험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음원 순위 1위는 단기적인 성공이지만 팬덤을 구축하면 가수의 생명력이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쩌다 한 번 하는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아닌 이상 당분간 팬덤의 판타지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혼성그룹이 가요계에서 인기를 끌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