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 “맨유 로이 킨 쫓아낸 라커룸 독설, 잘못 없어”

입력 2020-06-07 13:36 수정 2020-06-07 13:57
과거 아일랜드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던 시절의 로이 킨(오른쪽). 연합뉴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장을 지낸 공격수 웨인 루니(34)가 과거 팀원들을 향한 독설로 맨유에서 쫓겨났던 전 주장 로이 킨(48)을 옹호했다. 당시 킨이 했던 행동이 주장으로서 하등 잘못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루니는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실은 칼럼에서 자신이 뛰었던 팀의 주장들을 거론하며 킨의 이야기를 꺼냈다. 루니는 “킨이 MUTV(맨유 구단 방송)의 그 악명 높은 인터뷰를 했을 때 나도 맨유에 있었다”면서 “(동료들을) 과하게 비판했던 감은 있지만 잘못된 건 없었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의 웨인 루니. AP뉴시스

루니가 거론한 건 2005-2006시즌 킨이 미들즈보로와의 경기에서 팀이 1대 4로 대패한 뒤 했던 인터뷰다. 이 인터뷰에서 킨은 해당 경기에서 뛴 팀 동료 대런 플레쳐, 키어런 리차드슨, 존 오셔, 앨런 스미스, 리암 밀러를 직접 언급하며 독설을 퍼부었다. 입단 첫 시즌이던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도 거명하며 주급 값을 못한다고 비난했다.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은 해당 인터뷰가 언론에 보도된 뒤 팀 기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킨을 상호 계약해지로 방출했다. 1999년 맨유 트레블의 주역이자 맨유 특유의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던 선수였기 때문에 세계 축구계에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맨유를 향한 애정이 높았던 킨은 EPL 다른 팀이 아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SPL) 셀틱으로 이적해 은퇴했다.

맨유는 킨의 공로를 인정해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은퇴 기념경기를 여는 등 대우했다. 그러나 팀의 전성기를 이끈 전설적인 선수이자 주장으로서는 다소 쓸쓸한 마지막이었다. 그는 이후 당시 일을 떠올리며 “맨유를 떠나던 날 나는 축구를 향한 사랑을 잃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킨이 떠난 뒤 맨유는 잘 나갔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중심으로 리빌딩 작업을 진행했다. 2006-2007시즌에는 2시즌 만에 리그를 우승했고 다음 시즌인 2007-200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리그를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루니는 킨이 ‘아우라가 있는 주장’이라고 평했다. 루니는 “당시 킨이 ‘공을 10야드(약 9m)도 앞으로 보내지 못하는 선수들이 (감히) 맨유에서 뛰고 있다’며 비판했다”면서 “킨의 말이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맨유에 입단했을 때 첫 훈련을 아직 기억한다”면서 “당시 난 킨을 보며 ‘저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이 아닌 킨 말이다”라고 말했다.

루니는 해당 칼럼에서 자신이 여러 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경험을 설명했다. 그는 “때로 주장은 선수들의 의견을 대표하기도 해야 한다”라면서 “어떤 때는 감독에게 ‘감독님, 팀원들이 당신 훈련이 쓰레기 같대요’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어떤 팀에서였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맨유 주장으로서의 일화도 말했다. 루니는 “구단에서 약물 측정을 위해 안면 인식과 훈련장 도착 시간 측정 시스템을 설치했던 적이 있다”면서 “훈련장에 늦게 오는 선수들에게 벌금을 물리기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해 시스템을 이용했다. 오전 9시30분까지 도착 않는 선수들에게 벌금을 물렸다”고 말했다. 모인 벌금은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코치진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데 쓰였다.

루니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자신이 겪은 주장들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데이비드 베컴에 대해서는 “조용하지만 축구계에서의 위상이 대단했기 때문에 그가 주장을 맡았던 시절은 특별했다”고 회상했다. 스티븐 제라드에 대해선 “팀에 추진력과 목표의식을 가져왔다”면서 “목소리가 큰 주장은 아니었지만 그의 태클을 보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