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에 반기를 들었던 판사 출신 이탄희(경기 용인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황장애를 고백하며 국회를 잠시 떠나있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6일 새벽 페이스북에 ‘고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처럼 밝혔다. 이 의원은 “제 몸과 마음의 상태를 국민에게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선출직 공직자로서 도리인 것 같아 용기를 내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공황장애가 처음 발병한 때를 언급하며 “첫 시작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7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령을 받은 뒤 판사들 뒷조사 파일을 관리하라는 업무를 거부하며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사직서가 반려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2017년 3월) 전까지 초기 한 달가량 저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태어나 처음 느끼는 고통이었지만 치료와 가까운 사람들, 그리고 아내의 도움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지난 3년을 잘 견뎌가며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영입 인재로 정치권에 뛰어든 후 공황장애가 재발했다며 “갑작스럽게 정치참여를 결정하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말 공황증상이 다시 시작됐다. 입당 및 공천 과정에서 사법농단 당시를 둘러싼 논란과 터무니없는 곡해가 난무하며 채 아물지 않은 3년 전의 상처가 다시 떠올라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이 이수진·최기상 의원 등 판사 출신 인재들을 영입하자 일각에서는 ‘법복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전산망에 “법관의 정치성은 언제나 악덕”이라며 이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한숨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 2시에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깨어나는 날의 반복”이라며 “몸이 점점 말을 안 듣고 일시적으로 정신이 마비되는 순간이 찾아오고 있다”고 현재 상태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며 “국민들께서 양해해주신다면 온전히 건강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2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라는 윗선의 지시를 거부하고 이 의원이 사직서를 낸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법농단 사태가 촉발됐다. 당시 사직서는 반려됐고 이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던 2019년 1월 법원을 떠났다. 이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1월 민주당 영입 인재 10호로 발탁돼 경기 용인정에 전략공천 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