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G7회의’ 거부에 삐진 트럼프, 주독미군 감축 밀어붙였나

입력 2020-06-07 10:59 수정 2020-06-07 13:18
트럼프·메르켈, 지난주 전화통화…짜증으로 끝나
트럼프 G7 초청…메르켈 “코로나 대응 때문에 안돼”
미국·독일, 독일의 방위비 인상 등 놓고 ‘악감정’
주독미군 감축, 미국 안보 악영향…주요 시설 독일 위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9년 12월 4일 영국 런던 외곽 왓포드에서 열렸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창립 70주년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9500명을 오는 9월까지 감축할 것을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 간의 악감정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미군 감축 결정이 미·독 관계를 해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미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초청했는데, 메르켈 총리가 이 제안을 거절한 것이 주독미군 감축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G7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을 거부하거나 불투명한 입장을 취하자 G7 회의에 한국 등 4개국을 초청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20분 동안 전화통화를 가졌다. 이 전화통화에서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이유로 들면서 G7 정상회의 불참 의사를 밝혔다.

미·독 정상 간 전화통화가 상대방을 존중하는 톤으로 진행되다가 ‘짜증(testy)’으로 바뀌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6일 보도했다. 미·독 정상의 전화통화 내용을 듣고 정리한 한 당국자는 NYT에 “좋은 대화는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 통화에서 계속 진행 중인 코로나19를 거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혼자 길게 말하면서 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사망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훌륭하게 잘 대처하고 있으며 코로나19는 중국 잘못이라고 메르켈 총리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NYT는 “이 전화통화 일주일 뒤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독일이 알게 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어떠한 경고도 없었고, 지금까지 어떤 공식 통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주독미군 감축 결정과 미·독 정상 간 전화통화의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이 두 사례는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독일 간에 균열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주독미군 감축 결정과 메르켈 총리의 G7 정상회의 초청 거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과 독일은 계속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에 대한 미국의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독일에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올리라고 압박했다. 독일은 2%까지 인상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목표 시점이 2031년이다. 지난해 독일의 방위비 지출 비중은 1.36%였다.

또 독일 정부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가스관을 독일로 연결시키는 노드 스트림2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도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주독미군 감축은 미국 안보에도 좋지 못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 유럽 주둔 미 공군과 육군의 본부가 독일에 있다.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도 독일에 위치해있다. 독일은 오랫동안 유럽주둔 미군의 훈련지로 활용됐다.

독일 남서부 람슈타인 기지는 미국 밖의 미군 기지 중에서 가장 큰 시설이다. 거의 모든 미군이 람슈타인 기지를 통해 이라크 또는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한다. 독일에 있는 란트슈툴 미군 병원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상을 입은 미군들을 치료하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