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선 “우승 간절” 홍란 “공격적으로” 챔피언조 격돌

입력 2020-06-07 08:55
한진선, 와이어 투 와이어로 프로 첫승 도전
홍란, 하루 10언더파 몰아치기로 우승권 도약
‘톱10’ 오지현·김세영·최혜진·임희정 모두 우승후보

홍란(왼쪽 사진)이 지난 6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18번 홀을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4번 홀에서 티샷하는 한진선. KLPGA 제공

올해 처음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개최한 제주도는 누구에게 왕좌를 허락할까. 프로 3년차에 ‘와이어 투 와이어’로 생애 첫 우승을 조준한 한진선(23)과 ‘노보기 10언더파’의 생애 최고 기록을 쓴 베테랑 홍란(34)은 이제 공동 선두에서 ‘위닝 샷’을 조준하고 있다.

선두권을 1타 차이로 추격하는 단독 3위 오지현(24), 공동 4위에 랭크된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7), KLPGA 투어 대상 타이틀 홀더인 공동 6위 최혜진(21), 국내 랭킹 톱랭커인 공동 8위 임희정(20)은 우승 경쟁에 합류해 역전극을 준비한다. 앞선 사흘간 요동친 제주도의 리더보드에서 최후의 승자는 예측할 수 없다.

2020시즌 KLPGA 투어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는 7일 오전 8시30분 제주도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파72·6373야드)에서 시작됐다. 우승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한진선과 홍란이다. 한진선과 홍란은 오지현과 함께 ‘챔피언 조’인 23조로 편성돼 오전 10시31분 1번 홀(파4)에서 출발한다.

한진선은 꾸준하게, 홍란은 뒷심으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까지 도달했다. 한진선은 지난 6일 3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고 중간 합계 16언더파 200타를 적어냈다. 홍란은 같은 날 보기 없이 버디 10개를 쓸어 담고 한진선과 중간 합계 동타를 만들었다. 홍란의 10언더파는 3라운드 ‘데일리 베스트’인 동시에 개인 통산 최고 기록을 1타 줄인 ‘라이프 베스트’였다.

두 선수 모두 우승을 향한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홍란은 3라운드를 마치고 방문한 클럽하우스 내 미디어센터에서 “지난 사흘간 제주도의 날씨가 좋아 어느 선수든 10언더파를 쓸 수 있다. 모든 선수가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라며 “우승하겠다는 마음으로 최종 라운드에 임하겠다. 방어가 아닌 공격적인 경기를 펼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란은 2005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16년차로, 최장 기간 연속 시드 유지와 319경기 출전으로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임팩트’가 부족했다. 투어 통산 4승을 수확했고, 2년 3개월 전인 2018년 3월 브루나이 레이디스 오픈에서 마지막으로 정상을 밟아 우승권 밖을 오랫동안 떠돌았다.

홍란과 비교하면 프로 3년차인 한진선의 경력은 길지 않다. 프로 데뷔 동기인 최혜진처럼 2년차부터 강세를 나타내는 선수들이 많은 KLPGA 투어에서 한진선은 우승 이력을 쌓지 못했다. 데뷔 시즌인 2018년 상금 랭킹 25위, 지난해 20위에 오를 만큼 안정적으로 활약했지만 우승을 번번이 놓쳤다. 입상권 성적은 2018년 준우승 2차례가 전부다. 한진선에게 사흘 연속 선두만 해도 프로 3년차에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한진선은 이번 대회에서 라운드를 끝낼 때마다 우승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3라운드를 마친 뒤에는 “잘됐으면 좋겠다. 우승하고 싶다. 기회를 놓친 적이 많은데, 그 생각이 난다. 우승이 간절하다. 꼭 우승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지현, 김세영, 임희정, 최혜진이 지난 6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에서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3라운드 경기를 펼치고 있다. KLPGA 제공

3라운드에서 10위권 생존에 성공한 오지현·김세영·최혜진과 다르게 박민지(32)·임희정은 홍란과 함께 2라운드 공동 27위에서 단숨에 ‘톱10’ 안으로 진입했다. 이들도 우승권 주자가 됐다. 박민지는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고 중간 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 순위를 공동 6위까지 끌어올렸다. 또 다른 공동 27위였던 임희정은 5타를 줄인 중간 합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하고 공동 8위로 도약했다.

여기에 공동 27위였던 김보아(25)는 4타를 줄인 중간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쓰고 공동 12위로 치고 올랐다. 1타만 줄여도 10위권 안에 진입한다. 3라운드에서 공동 27위 선수들이 약진하면서 리더보드는 요동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우승을 낙관할 수 없다. 이번 대회에 걸린 총상금은 8억원, 우승상금은 1억6000만원이다.

‘제2의 고향’ 제주도에서 올 시즌 정규 투어를 시작한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은 몸이 덜 풀린 듯 우승권에서 멀어져 있다. 중간 합계 2언더파 214타를 기록해 컷오프를 통과한 생존자 71명 중 공동 61위에서 4라운드를 시작한다. 공동 선두인 한진선·홍란과 14타 차이로 밀려나 있다.

서귀포=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