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특감반원 “유재수 ‘빽’ 좋더라…갑자기 그만 하라니 어이없어”

입력 2020-06-05 18:13 수정 2020-06-05 18:24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공판에서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한참 감찰을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만하라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조 전 장관 측은 “강제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었다. 감찰 대상자(유재수)가 불응해 사실상 불능 상태였다”며 ‘감찰 무마’가 아닌 ‘감찰 종료’에 방점을 찍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5일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 특감반 데스크 사무관으로 근무했던 김모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김씨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이던 2017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있으면서 저지른 비위 첩보를 특감반원 이모씨에게 보고 받고 이를 당시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유 전 부시장 감찰건은 비리 사안이 매우 무겁고 비위첩보의 신빙성이 높았던 것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김씨는 “당시 특감반은 그렇게 생각했다”며 “디지털 포렌식 결과, 유 전 부시장이 향응과 접대를 받은 자료가 꽤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감찰을 계속 진행할 필요성이 있었는데도 조 전 장관이 감찰을 무마시킨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유리한 증언이다.

김씨는 당시 유 전 부시장 비위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일반 공무원이 유 전 부시장처럼 최소 1000만원 이상의 금품·향응을 수수한 혐의가 있으면 어떻게 조치하는 게 일반적이냐”고 묻자 김씨는 “수사나 징계를 의뢰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유재수가 ‘빽’이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며 “한창 감찰 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위에서 감찰을 그만 하라니까 어이가 없었다”고 진술한 사실도 법정에서 그대로 인정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면서 “유재수 사건의 경우, 감찰반원들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감찰 대상자가 감찰에 불응했다”며 “의미 있는 감찰이 사실상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까지 확인된 비위 혐의와 복수의 조치에 대한 의견 보고를 받고 (감찰 종료를) 결정했다”며 감찰 무마가 아니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단 취지로 말했다.

이는 유 전 부시장이 2017년 11월 13일 특감반에서 항공권 구매 비용이나 해외 체류비용 수수 의혹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소명을 받자 갑자기 병가를 낸 것을 가리킨다. 유 전 부시장은 이듬해 1월 26일까지 2개월 넘게 병가를 내고 감찰에 불응했다.

이날 반대신문 과정에서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한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측 변호인이 “감찰 보고서에 적은 조치 의견이 윗선 보고 후 변경되는 경우가 있냐”고 묻자 김씨는 “바뀔 수도 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재차 “결국 윗선에서 결정한다는 것 아니냐”고 하자 김씨는 “네”라고 답했다.

김씨의 답변은 ‘감찰의 최종 판단은 민정수석이 하고 특감반 자체는 감찰 권한이 없어 권리행사방해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조 전 장관 측 논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이다.

위기감을 느낀 검찰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다시 “특감반의 의견이 많이 존중됐고, 특감반장 보다 윗선인 반부패비서관이나 민정수석 차원에서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