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신혜선이 밝힌 ‘결백’ ‘흥행 부담’ ‘스크린 주연’

입력 2020-06-05 14:55 수정 2020-06-05 15:07
영화 '결백'의 신혜선. 키다리이엔티 제공


“연기 반성과 자기성찰을 많이 하면서 찍은 영화였어요. 정말 숨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어요.”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결백’으로 브라운관 스타에서 스크린 주연으로 발돋움한 배우 신혜선(31)은 이런 소감을 전했다. 5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그의 목소리에 진솔함이 배어있었음에도 이 고백이 엄살처럼 들렸던 이유는 스크린 속 그의 연기가 “아쉽고 후회되는”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 차례 개봉이 연기됐던 영화 ‘결백’은 2009년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엄마(배종옥)가 살인 용의자로 몰렸다는 것을 알게 된 변호사 정인이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로, 허무한 반전에 목매는 여타 스릴러와 달리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탄탄한 서스펜스를 자랑한다.

정인 역의 신혜선은 새로운 진실에 마주할수록 혼란스러워지는 정인의 내면 연기를 깔끔하게 소화한다. 드라마 ‘비밀의 숲’ ‘사의찬미’ ‘단, 하나의 사랑’ 등 다수 작품의 흥행을 견인하며 탄탄히 쌓아온 내공 덕분이다. 신혜선은 대본을 받으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외우고 또 외운다고 했다.

두렵고 떨렸던 영화 타이틀롤 도전을 이끈 건 “탄탄한 시나리오”였다. 그는 “아버지께서 내 일에 관여를 안 하시는데, 식탁 위에 놔뒀던 ‘결백’ 시나리오를 보시고는 강력하게 추천했다”며 “나도 재밌게 읽었는데, 아빠 세대에게도 두루 재밌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끌렸다”고 설명했다.


영화 '결백'의 신혜선. 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 ‘결백’은 그간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던 신혜선에게 더 넓은 시야를 틔워준 계기가 됐다. 신혜선은 “성격이 급한 편이라 천천히 찍는 영화 촬영장에 몸을 적응시키는 과정에서 인내심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는 사전제작이 아니고서는 시청자의 피드백이 바로 오지만, 영화는 촬영과 편집, 개봉까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자아 성찰을 더 오래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밀한 감정선을 지닌 정인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는 “구연동화를 보여주듯 친절히 설명해”줬던 박상현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엄마 화자 역을 연기한 35년차 배우 배종옥의 배려도 큰 도움이 됐다. 신혜선은 “처음엔 선배님이 솔직히 무서웠다. 사람으로서 무섭기보단 어렸을 때부터 우러러본 선배님과 같이 연기하는 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라며 “선배님이 노인 분장을 하신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고 정인의 엄마처럼 보였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큰 힘을 얻었다”고 떠올렸다.

‘결백’은 지난 4일 개봉한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와 함께 코로나19로 침체한 극장가에 재시동을 거는 작품이 됐다. 조심스럽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 신혜선은 “개봉이 늦어져 억울하다기보다는 (코로나19)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며 “영화를 보러 와주시는 관객에게도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든다. 불편하시겠지만, 꼭 마스크 쓰고 거리를 지키면서 관람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연기활동에 가장 큰 힘이 돼주는 건 ‘가족’이다. 극 속 딸 정인과 현실의 딸 신혜선의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신혜선은 “내가 막내라 아직 철부지다. 같이 사는 엄마가 나 때문에 많이 힘드실 것 같다. 스케줄이 너무 많으면 가끔씩 알람을 못 듣고 깨워주실 때가 있다. 그런 날마다 중·고등학교 때 생각이 난다. 부모님에겐 제가 아직 아기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개봉 연기를 거듭하던 와중 ‘결백’을 애타게 기다리던 외할머니께서 2주 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신혜선은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담백했다. 그래서 매력적이었다. 시청자들에게 발음이나 연기에 관해 많은 칭찬을 받는 젊은 배우 중 한명인 신혜선은 “칭찬을 받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예를 들어 ‘연기 잘한다’는 댓글을 보면 10번은 곱씹는다”며 “근데 그게 때로 위험한 것 같다. 의연한 마음으로 연기를 해나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렇다면 신혜선이 생각하는 ‘결백’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법정 얘기가 나오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모녀 이야기인 것도 같다”며 “영화를 보고 나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영화다. 법·가족·사람관계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묘미가 있다”고 말했다. 흥행 부담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도 역시 깔끔한 답이 돌아왔다. “있어요. 물론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웃음).”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