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하다 피살된 美흑인청년, 백인父子에 사냥당했다

입력 2020-06-05 10:21
지난 2월 조깅 중 피살당한 미국 조지아주의 흑인 청년 아흐메드 아머리가 백인 부자에게 쫓기는 장면. 백인 부자는 평화롭게 달리는 아머리 뒤를 픽업트럭이 쫓아가다(왼쪽 사진)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운 뒤 총을 겨눴다(오른쪽). ABC뉴스 캡처

대낮에 조깅을 하다 쫓아온 백인 부자(父子)의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청년 사건을 다룬 법정에서 당시 가해자들이 흑인을 겨냥해 인종차별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국 조지아주 흑인청년 아머드 아버리(25)에게 총격을 가한 그레고리 맥마이클(64)과 아들 트래비스 맥마이클(34) 부자에 대한 살인 혐의 재판 청문 절차에서 트래비스가 흑인비하 발언인 ‘니거’(nigger)라는 단어를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AP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동영상을 찍은 윌리엄 브라이언의 진술에 따르면, 트래비스는 총격으로 땅바닥에 쓰러져있는 아버리를 내려다보면서 욕설(F-word)과 함께 ‘니거’라고 말했다고 주특별검사 리처드 다이얼은 밝혔다.

니거는 검둥이라는 뜻으로 미국에서는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단어로 금기 용어에 해당한다. 따라서 맥마이클 부자가 인종차별적인 의도에서 무고한 아버리를 쫓아가 살해한 것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로 여겨진다.

앞서 지난 2월 23일 아버리는 대낮에 조깅을 하다 이들 부자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맥마이클 부자는 아버리를 강도로 의심해 추격했으며 아버리가 폭력을 행사해 총을 쐈다고 주장해 검찰에서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분노가 확산됐다. 영상 속에서 맥마이클 부자는 픽업트럭을 몰며 평화롭게 조깅을 하고 있는 운동복 차림의 청년을 사냥하듯 쫓아가 총을 발사했다. 비무장 상태의 아버리는 세발의 총을 맞고 현장에서 즉사했다. 이후 비난 여론이 폭발하자 이들 부자는 지난달 7일 살인죄로 뒤늦게 체포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