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에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해자 측이 보인 반응

입력 2020-06-05 08:32
트위터 캡처

법원이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의자인 이모(32)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피해 여성 측은 덕분에 두렵다는 심경을 밝혔다.

피해 여성의 가족은 SNS를 통해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인데 비록 범죄혐의자라 할지라도 주거의 평온 보호에 예외를 둘 수 없다’ 최근 본 문장 중 가장 황당하다”며 “덕분에 이제 피해를 고발했던 우리들은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고 썼다. 이와 함께 피의자 이씨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공유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상해 혐의를 받는 이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30대 여성의 얼굴을 가격해 상처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철도경찰은 경찰과 공조수사를 통해 지난 2일 이씨를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체포했다. 피해자 측이 SNS에 글을 올려 ‘여성 혐오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김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1100자가 넘는 장문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은 인근 CCTV 영상과 주민 탐문 등을 통해 피의자의 성명, 주거지,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한 뒤 피의자의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전화를 걸었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강제로 출입문을 개방해 주거지로 들어간 뒤 잠을 자던 피의자를 긴급체포했다”며 이같은 체포과정이 위법했다고 지적했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땐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해야 한다”고 한 김 부장판사는 “긴급체포 제도는 영장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및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한 이 부장판사는 “긴급체포가 위법한 이상 그에 기초한 이 사건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비록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구속 영장 기각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영장 없이 체포했다는 이유만으로 풀어주다니 말이 되냐” “보복 범죄 발생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똑같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데도 풀어주다니” “피해자가 자신의 가족이었어도 풀어줬겠나”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