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도 때렸다…학대신고에도 결국 못 구한 9살 소년

입력 2020-06-05 06:51 수정 2020-06-05 10:50
TJB 뉴스화면 캡처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갇혀 결국 숨진 9살 초등학생의 부모가 과거에도 학대 정황이 발견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경찰의 안이한 대처로 가엾은 아이가 변을 당했다”며 공분했다.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7시25분쯤 천안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군(9)이 4일 오후 6시30분 결국 숨졌다. 경찰은 A군을 가방에 가둔 혐의로 긴급체포한 의붓어머니 B씨(43)에 대한 혐의를 아동학대처벌법위반에서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했다. 다만 신상공개 여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병원 이송일인 지난 1일 정오쯤 A군을 가로 50㎝, 세로 70㎝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가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 그는 가방 속에 아이를 두고 3시간 가량 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게임기를 고장 내고도 거짓말을 해 훈육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A군의 친아버지는 일 때문에 집에 없었으며 B씨의 친자식 2명만 함께 집에 있었다.

앞서 A군은 지난달에도 학대 정황이 드러나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TJB대전방송에 따르면 병원 측은 지난 5월 어린이날 무렵 부모와 함께 방문했던 A군의 몸에서 쇠붙이에 머리가 찢어지는 등 다수의 학대 정황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A군 부모로부터 수차례 체벌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A군이 친부와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친부에 대해서도 학대와 폭행, 또 의붓어머니의 폭행을 묵인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A군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은 5일로 예정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