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진단키트 ‘주춤’…문제는 개별인증·중복주문

입력 2020-06-07 1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진단키트, 마스크, 방호복 등 K-의료기기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별 품질 인증을 요구하는 국가들이 등장해 수출이 잠시 주춤한 모양새지만 K-의료기기에 대한 구애는 계속될 전망이다.

관세청은 4일 지난달 진단키트 수출액이 1025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의 진단키트 수출액인 1772억원에 비해 42.4%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의 전지구적 확산으로 진단키트 수출액은 5개월 새 16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월 61억원이던 진단키트 수출액은 지난 4월 정점을 찍었다.

진단키트 수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4월의 수출액 폭등이 오히려 예외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2~3월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확산세가 강해 유럽 수출의 비중이 높았다. 씨젠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의 62%가 유럽에서 발생했다. 당시 유럽 인증(CE)을 받은 제품들은 유럽이 아닌 국가에서도 쉽게 인증을 받을 수 있어 다양한 국가로의 수출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부 중국산 진단키트의 품질 문제가 발생한 뒤 자국 인증 등 개별 인증을 요구하는 국가들의 등장했다. 추가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수출액이 일부 감소했다는 것이다.

중복주문으로 인해 수요가 과장돼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산 진단키트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기 시작하자 주문 물량을 모두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일부가 과장 주문을 넣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개 업체에 100개를 주문하면 50개를 받을까 말까 한 상황이었다”며 “이를 알고 2개 업체에 각 100개를 주문한 뒤 총 70~80개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수급 병목 현상이 해소된 5월의 진단키트 수출이 실수요에 가깝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5월과 유사한 수준으로 진단키트 수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수출용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총 46개사의 72개 제품이다. 바이오세움, 바이오코아, 씨젠, 솔젠트, SD바이오센서, 코젠바이오텍의 제품은 국내에서 정부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그 외 제품들은 수출용 허가를 받아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수젠텍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정식 사용승인을 받아 수출 중이다. 씨젠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로부터 1000만 테스트 규모의 공급을 요청받아 브라질 현지법인을 통해 500만 테스트 규모를 수출했다. 브라질 주 정부 및 민간 부문과의 공급 계약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한편 방호복과 마스크 수출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방호복의 지난달 수출액 잠정치는 299억원으로 전월 대비 26.2% 늘었다. 마스크도 399억원 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