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낮추면 지갑이 열린다…빅스마일데이·올영세일 뜻밖의 대성공

입력 2020-06-04 16:4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지난달 말부터 유통업계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가 펼쳐지면서다. 가격을 낮추면 지갑이 열린다는 게 5~6월 대규모 할인 행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빅스마일데이’ 행사와 이날 끝나는 올리브영 ‘올영세일’ 등 대규모 할인행사 매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높거나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움츠렸던 소비심리가 할인행사를 만나자 만개한 것이다.

유통업계의 대형 할인 행사는 보통 하반기에 몰려있는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상반기 할인 행사들이 소비 진작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어중간한 가격의 괜찮은 제품에는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가성비와 프리미엄의 양극화가 코로나19로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는 게 대규모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다시금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올리브영이 불 지핀 여름행사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옥션·G9에서 지난달 19일부터 27일까지 9일 동안 진행한 ‘빅스마일데이’ 행사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2017년 처음 행사를 시작한 이래 하루 평균 판매량이 341만개로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진행된 행사에서는 매일 311만개씩 팔렸고, 지난해 11월 행사에서는 하루 평균 판매량이 292만개였다. 첫날 실적은 역대 빅스마일데이 행사 하루 최대 거래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빅스마일데이 행사에서는 코로나 발(發) 불황이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판매자들도 가장 많이 참여한 행사였다. 삼성 LG 아디다스 라코스테 등 대규모 브랜드를 포함해 2만여곳의 스토어가 참여했다.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3겹 데코소프트’, ‘유한킴벌리 그린핑거 손소독 물티슈’, ‘오뚜기밥’이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변화도 확인됐다. 디지털·가전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노트북 ‘갤럭시북 이온’이 누적 매출 53억9000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개당 단가가 높지 않지만 ‘마스크’는 판매액이 28억1000만원에 이르렀다. 패션 부문에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스포츠웨어가 13억7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김태수 이베이코리아 영업본부장은 “빅스마일데이 흥행 성공은 코로나19로 움츠려 있던 소비심리를 적절히 자극하면서, 쇼핑 갈증을 해소하는 창구 역할을 했기 때문”이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이 올해 상반기 인기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하는 ‘올영세일’도 호응이 뜨겁다. 지난달 29일 시작해 이날 끝나는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온라인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할인행사 첫 날 온라인몰 순방문자 수가 온라인몰 서비스 론칭 이래 최대인 210만을 기록했다. 3일까지 누적 방문자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올리브영은 ‘오늘드림’ 배송 서비스가 온라인몰 매출 신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은 2018년 말부터 O2O(Offline to Online) 서비스를 시작해 3시간 안에 배송이 가능한 ‘오늘드림’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 상권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증가하는 등 배송 서비스 강화가 소비자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가두점 위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예민하게 준비해 왔다”며 “온라인몰 경쟁력 강화 뿐 아니라 매장의 방역 노력,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맞물린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일배송 서비스를 위해 CJ올리브영 직원이 배달원에게 제품을 전달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대형마트가 넘겨받은 ‘할인 모드’

대형마트도 대규모 할인행사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이 제한되지만 규모가 큰 할인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오는 6~7일 생필품 위주의 핵심 상품군에 대해 200억원 규모의 ‘1+1’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바나나, 기저귀, 냉장식품, 주방세제 등 생필품 위주로 할인 품목이 구성됐다. 이마트는 지난 1월 1일 하루 동안 초특가로 제품을 판매한 ‘초탄일’ 행사로 전년대비 매출 73%, 구매 객수 40% 증가라는 성과를 냈었다.

이마트 최훈학 마케팅 상무는 “고객에게 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드리고자 장바구니 핵심상품 행사를 대대적을 실시했다”며 “앞으로도 대형마트 업의 본질인 좋은 품질의 저렴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국민 가계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들이 이마트가 오는 6~7일 진행하는 초특가 행사 제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롯데마트는 ‘통큰절’로 맞불을 놨다. 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수요 급등으로 가격이 오른 한우와 각종 생필품이 할인 판매된다. 국내산 마스크 200만장을 준비해 장당 58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상진 롯데마트 마케팅부문장은 “80억 규모의 상품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만큼 고객들의 가계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