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과 유럽 곳곳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번지면서 세계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비말, 신체 접촉 등에 의해 불특정 다수가 모인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두 가지 공중보건 위기가 발생했다.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 또 다른 하나는 인종차별 시위”라면서 “전문가들이 시위 중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시위 중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섞여있다. 또 경찰이 시위대를 제압하는 과정이나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는 과정에서 비말 감염 또는 신체 접촉에 의한 전염이 이뤄질 수 있다.
게다가 경찰이 살포하는 최루가스나 후추 스프레이는 눈물, 콧물, 침, 재채기를 유발한다. 시위대나 경찰 중 감염자가 확인된다고 해도 수천명이 여러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감염 경로 추적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시위대를 체포하게 되면 구금시설 내에서 바이러스가 퍼질 위험이 있다.
감염병 전문가인 하워드 마클 미시건대 의학사 센터장은 “시위에 나선 사람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증상 감염자인지 파악할 수 없다”면서 “그게 정말 무서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 최루가스와 후추 스프레이 사용은 최후의 방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시위 과정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시위에 참가하는 소수자 사회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전했다.
시위 중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는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경찰의 흑인들에 대한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세지자 프랑스에서도 2016년 경찰에 연행돼 숨진 20대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를 기리는 추모집회와 시위가 지난 2일 열렸다.
코로나19로 10명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된 데 따라 파리경찰청은 개최를 불허했지만 집회는 강행됐고,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수도 파리에서 2만명, 북부 도시 릴에서 2500명, 남부 마르세유와 리옹에선 각각 1800명과 1200명 가량이 집회에 참여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지난 1일 1500여명의 시민이 미국 대사관 앞 등에서 “나는 숨 쉴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3일엔 영국 런던의 하이드 파크에는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적 행위에 항의하기 위해 수백명이 모였다. 다만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를 위해 시위를 주최한 캠페인 그룹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참가자들이 팔을 벌려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영국에선 지난 1일부터 야외에서 최대 6명까지만 만남이 허용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