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택트로 살아남은 기업 ‘펜더’를 배워라

입력 2020-06-04 16:11
펜더 기타 이미지. 픽사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contact) 사업의 제약이 커지고 있다. 컨설팅 전문가는 기업은 생존을 위해 대면과 비대면(untact) 사업의 최적 조합을 찾고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딥택트(deeptact)’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은 5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대한상의 경영콘서트’에서 이런 딥택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대한상의 제공

김 부회장이 대표적 사례로 소개하는 회사는 미국 악기제조사 펜더(Fender)다. 1946년 설립된 펜더는 2000년대 이후에 악기 판매 저조로 매출이 격감했다. 위기에 봉착한 펜더는 디지털로 승부를 걸어보기로 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요를 파악하면서 이를 제품 생산에 반영했다. 하지만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러다 2015년 언택트 교육을 시작한다. 구독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동영상 교육 플랫폼이었다. 펜더 디지털을 설립하고 ‘펜더 플레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김 부회장은 “과거에는 기타를 배우려면 악기는 학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야 되는데 선생님에 따라 흥미도 차이가 크고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다”며 “펜더는 이런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해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을 보면서 기타를 만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기타 연주법을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들여 만들었다”고 소개한다.

한 연주자가 펜더가 만든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픽사베이

처음엔 기타를 배우고 싶은 사람 누구나 2주간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다. 무료 사용 후 마음에 들면 한 달에 9달러 99센트(약 1만원)로 기타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악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펜더 플레이는 3년 만에 유료구독자 10만명을 확보했다. 매월 고정수입 100만달러를 확보한 것이다. 펜더 플레이는 기타 판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기타를 배우면서 펜더가 제조한 기타의 ‘팬’이 됐다.

펜더 로고

펜더는 또 펜더 플레이를 운영하면서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 혹은 기타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특성과 수요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펜더는 기타 교습 모델이 성공하자 비슷한 악기로 영역을 확장했다. ‘작은 기타’로 불리는 우쿨렐레, 색소폰 교습과 악기 판매도 하게 된 것이다. 기타 제조업체가 온라인 프로그램을 매개로 잠재 소비자와 접촉점을 넓히면서 오프라인 악기 판매량을 늘리고 다른 악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펜더 사례에서 보듯 언택트는 콘택트와 보완 관계이고 기업의 미래 핵심 역량은 이 2가지를 최적으로 조합하는 딥택트”라면서 디지털 관점에서 사업 모델을 재해석할 것을 주문한다.
픽사베이

그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시장의 변화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게 됐다”면서 “이제 모든 기업은 각사의 사업 모델을 디지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혁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김 부회장의 강연은 5일 오전 10시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korcham.net)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