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벌어진 ‘이수역 폭행 사건’ 당사자인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여성 피고인의 모욕적 언급으로 유발된 것”이라며 사건을 유발한 책임은 여성 측에 있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배성중 부장판사는 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여성 A씨와 남성 B씨에게 검찰 구형과 같이 각각 벌금 200만원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2018년 11월 13일 새벽 서울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시비가 붙어 다툰 끝에 서로에게 상해를 가하고 모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 일행 측이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남성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사건은 ‘젠더 갈등’으로 비화됐다.
배 부장판사는 A씨의 모욕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 사건은 A씨의 모욕적인 언동으로 유발돼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다. A씨 일행은 사건 당시 다른 테이블의 남녀에게 “‘한남충’(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발언)이 돈이 없어 싸구려 맥줏집에서 여자친구 술을 먹인다”고 했다가 또 다른 자리에 있던 B씨 일행과 시비가 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배 부장판사는 A씨의 상해 혐의에 대해선 “B씨가 입은 상해는 스스로 손을 뿌리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 한다”며 무죄로 봤다.
B씨는 상해와 모욕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다. 배 부장판사는 “B씨는 부당한 공격에 대한 방어라기보다는 싸우다가 도주하려는 목적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자신이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며 A씨가 넘어져 다칠 수 있음을 인식하고도 미필적 의사로 이를 감수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