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내용 담겼길래 김여정 ‘삐라’에 뿔났나

입력 2020-06-04 15:59 수정 2020-06-04 16:07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북한으로 날려보낸 대북전단. 출처: 자유북한운동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의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직접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하자 대북전단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제1부부장이 4일 담화문에서 언급한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따르면 올해 대북전단 살포는 모두 3차례(4월 9일, 4월 30일, 5월 31일) 이뤄졌다.

지난달 31일엔 경기도 김포에서 20여개의 대형풍선을 북한에 날렸다.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SD카드) 1000개가 담겨 있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띄운 풍선에는 가로·세로 약 3m 길이의 현수막을 함께 달아놓았는데,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를 빨간색으로 적어놓았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4월 30일 북한으로 날려보낸 대북전단. 출처: 자유북한운동연합

인쇄물과 소책자에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이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약속한 비핵화 노력에 나서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을 도와주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북한은 오히려 국제사회를 공갈협박한다’ ‘핵무기는 북한 인민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인민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 등이 인쇄물의 주내용이라고 한다.

휴대용 저장 매체도 대북전단 풍선에 실렸는데, 휴대전화에 넣을 수 있는 8GB 용량의 SD카드에 남한 사회의 모습이 담겨있는 영상파일이 들어있다. 과거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이나 서울 빌딩숲 전경 등을 담았고 지난달 31일에는 태영호·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영상도 넣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탈북민이 남한에 와서 국회의원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대북전단 100만장을 추가로 살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김포에서 대북전단을 풍선에 달아 날려보내고 있다. 출처: 자유북한운동연합

박 대표는 정부로부터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을 받은 적 있는지에 대해선 “700~8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매년 10~15회씩 비공식적으로 전단을 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도 (살포 현황을) 잘 모른다”고 했다.

다만 풍선을 이용한 전단 살포 행위가 실제 선전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에도 영상 재생을 위한 소형 장비가 많이 보급됐기 때문에 2015년쯤부터 이미 중국 국경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파일이 저장된 SD카드가 밀반입됐다“면서도 “휴전선 근처에서 대북전단을 보내면 실제 북한 내륙까지 운반되는지, 북한 주민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굳이 전단지를 받아들지 등 살포 효과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