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병원, 렌터카부터 기념품까지…’
광주지역 교육계가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학교법인 예산을 개인 살림살이 등에 사적으로 사용한 사립학교 이사장이 검찰에 고발당하고 수급자가 불분명한 기념품을 산 교육감이 감사에 적발됐다.
광주시교육청은 4일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한 학교법인 D학원 이사장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사장 A씨는 2016년 8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423건 1500여만 원을 법인카드로 함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제 장소는 법인 소재지가 아닌 서울 등의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커피전문점, 마트, 호텔, 병원, 렌터카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이사장 A씨는 공휴일과 심야, 새벽 등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M고를 운영하는 D학원의 법인카드 회계담당자는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전혀 갖추지 않았다. 사용목적과 사용대상 등도 명기하지 않고 법인 업무추진비로만 두루뭉술하게 학교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교육청은 D학원의 부조리와 비리에 관한 민원이 제기되자 지난 5월 한 달간 일반회계 예산편성과 집행 내역에 관한 집중 감사를 실시했다. 시교육청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법인회계 예산편성과 집행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관련자 징계와 행정처분, 회수 등 시정조치와 함께 법인을 기관 경고했다. 또 4년여간 법인카드를 무단 사용한 이사장 A씨를 업무상 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광주교사노동조합은 “학교 시스템이 붕괴해 교육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D학원에 교장과 행정실장, 임시이사를 파견해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고 특별감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D학원은 2016년에도 유사한 비위행위를 저질러 횡령액 1900만원이 환수 조치되고 법인 관계자가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광주교육의 수장인 시교육감 역시 최근 교육부 감사에서 법인카드로 지출하는 업무추진비를 부적정하게 집행했다가 적발됐다. 교육부가 지난해 시교육청에 대한 종합검사를 벌여 56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는데 이중 600만원 상당의 교육감 업무추진비로 구입한 기념품 지급내역을 작성하지 않은 사례가 포함됐다. 시교육청 역시 교육부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아 체면을 구겼다.
시민·교육 관련 단체들은 각 사립학교 이사장과 교육감 등에게 주어진 법인카드의 의무적 사용금지 업종을 확대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립학교 등도 반드시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만 사용하도록 ‘법인카드 관리대장’을 작성하고 그 내역을 홈페이지에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교육감실 방문자에게 주는 기념·홍보 물품의 수급자 명단을 일일이 써놓지 않았던 것에 불과하다”며 “업무추진비가 법인카드로 지출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