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시죠?” “타 팀은 도전자” 드래프트 현장은 ‘김연경’ 일색

입력 2020-06-04 15:45 수정 2020-06-04 15:57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왼쪽 두 번째)과 김여일 단장이 4일 서울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KOVO 여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Oh no really? wow, this is joke(정말이요? 와 농담이시죠?).”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에 재지명된 라이트 공격수 루시아 프레스코(26·아르헨티나)는 소속팀이 비시즌 동안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24)을 영입하고 세계적인 레프트 김연경(32)까지 데려올 수도 있다는 소식에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놀란 루시아의 반응처럼 이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현장에서 가장 화제를 끈 건 단연 김연경의 한국 복귀 여부였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4일 서울 강남의 리베라호텔에서 진행한 2020 KOVO 여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현장. 선수 선발이 끝나자마자 흥국생명 관계자들이 앉아있던 원탁 테이블 근처엔 수많은 취재진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김연경은 현재 터키 엑자시바시와의 계약이 끝난 뒤 국내외 여러 팀들을 두고 행선지를 물색 중이다. 특히 지난 1일 한국 복귀 의사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김연경은 2013년 ‘임의탈퇴’로 묶여 돌아온다면 흥국생명에서 뛰어야 한다. 이미 이재영(24)과 이다영을 보유하고 있는 흥국생명이기에 김연경 가세는 국가대표급 공격진의 완성을 의미한다.

김연경은 지난 3일 흥국생명과 만나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이 자리에서 김연경은 “결정할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흥국생명에 요구했고, 흥국생명은 김연경에 “최대한 빨리 결정해달라”고 전달했다. 선수 명단 제출 기한이 6월 말까지기에, 김연경이 복귀할 경우 흥국생명도 선수단 운용 계획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해서다.

지난 며칠간 계속된 이적설에 대해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복귀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에도 유선 상으로 김연경에게 생각이 있다고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었다”며 “충분한 지원을 할 테니 우리 팀에서 뛰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연경의 연봉은 흥국생명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몸값이 10억원인 상황에서 김연경이 다음 시즌 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연봉인 7억원 가까이 받을 경우 23억원의 샐러리캡(연봉상한)을 맞추기 위해 선수 트레이드 등 선수단 조정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최종 결정까지 시간을 달라고 해서 우리는 기다리는 게 전부”라며 “샐러리캡이나 선수단 운용 부분은 김연경이 결정을 하기 전까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본인이 한국 복귀는 옵션 중 1개라고 말했기에 아직 결정된 게 아니다”며 “김연경이 여자배구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배구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뽑힌 루시아에 김연경까지 품에 안을 경우 흥국생명은 리그 전반을 뒤흔들 압도적인 전력을 갖추게 된다.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 ‘무패우승’ 전망까지 돌고 있다. 타 팀 감독들도 김연경이 뛸 흥국생명의 전력에 걱정을 드러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일시적으로 배구 붐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김연경 합류로 뻔한 경기가 되고 전력이 너무 편중화 될 우려가 크다”며 “새로운 팀이 창단될 때 김연경이 복귀하면 배구 발전에 좋을텐데 아쉽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도 “김연경은 자유계약선수를 포함한 외국인 선수를 다 합쳐도 그 이상의 기량”이라며 “이재영·이다영이 있어서 안 그래도 강한 팀인데 다른 5개 팀은 모두 도전자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글·사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