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해진 달러 기세, 암흑속 세계경제에 희미한 빛

입력 2020-06-04 15:32
소외됐던 이머징 마켓 기지개 펼 듯
호주달러, 구리 가격 상승은 바닥 신호


(자료:네이버금융>

미국 달러화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직 밝은 빛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분간이 안됐던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형체는 알아볼 만큼 희미한 빛을 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4일 달러 인덱스가 97.25로 이번주 들어 나흘 연속 하락세를 연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환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미국 달러화의 약세 흐름이 확연한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3일엔 달러 당 1217원으로 4월 29일(1219원)이후 18거래일만에 1210원대로 주춤해졌다.

주요투자은행들과 증권가는 이를 예사롭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인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달러 약세는 위험자산에 자리를 내주는 의미가 있다. 호주달러와 구리 가격이 강한 반등세를 나타내면 그런 신호로 인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달 30일 이후 나흘 연속 상승세를 보인 호주달러는 올해초 수준으로 올라섰다. 제조업 반등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리 가격도 최근 나흘간 3.5%나 올랐다.

<자료:네이버금융>
달러 약세요인은 물론 코로나 봉쇄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재개 조치다. 경기 호전의 신호는 미국 재무 2일 0.69%였던 10년만기 미 재무부 채권은 3일 0.06%포인트나 상승해 0.75%로 올라섰다. 지난 일주일동안 0.084%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사승세다. 30년 만기 채권은 같은 기간 0.16%포인트나 올랐다.

하이투자증권 보고서는 달러 약세의 배경으로 경기회복 기대감, 연준의 ETF 매입 등 유동성 공급 확대, 흑인 사망 사건에 따른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 미·중 갈등 리스크 완화 등 4가지를 꼽았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이 보고서를 통해 V자 경기반등을 위해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데 따른 기대감도 달러 약세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수익률 곡선 통제(YCC), 즉 일본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장기 금리 조절정책을 도입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달라화 약세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로경제가 코로나19 확산세 진정 이후 경기부양책의 가시화로 안정을 찾아가면서 추락하던 유로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도 달러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유로지역 전반의 주가를 반영하는 유로스톡스50 지수가 3일 3.5%나 폭등한 것도 이런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 약세는 그동안 소외됐던 이머징 마켓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나홀로 독주했던 미국 증시의 기술주와 바이오주는 당분간 상대적으로 주춤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실제로 3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나 오른 반면 나스닥은 0.7%대 상승에 그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펀더멘털이 과연 강하게 회복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 “다만 미국 등 선진국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반등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의 대규모 부양책이 3분기 중 집중적으로 실시될 수 있음은 경기 모멘텀 관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