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정부의 부실한 사고 대응에 격노했다.
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발전소에서 유출된 경유 2만t에 인근 강물이 핏빛으로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틀이 지나서야 SNS로 사고 사실을 알게 됐다고 실토한 주지사를 향해 분노를 쏟아낸 것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AF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생중계된 화상 각료회의 도중 관리들에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산데르 우스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지사가 “지난달 31일에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정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암바르나야 강에 디젤유가 유출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털어놓자 “왜 정부 기관들이 사고 이틀 뒤에나 알아야 하느냐. 우리가 이런 비상한 상황을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나 알게 되는 거냐”고 쏘아붙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사고 경위를 조사하라고 명령했고, 공장 관리인을 즉시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지난달 29일 크라스노야르스크주 노릴스크시에 있는 노릴스크 타이미르 화력발전소에서 시작됐다. 영구 동토층 위에 지어진 연료 탱크가 터지며 2만여t의 경유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당시 탱크를 지탱하던 기둥들이 가라앉으면서 사고가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유출된 기름은 사고 현장에서 12㎞ 떨어진 곳까지 흘러 암바르나야 강을 붉게 물들였다. 현재까지 350㎢의 지역이 오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3만5000㏊에 이르는 규모다. 지중해에 위치한 섬나라 몰타의 국토 면적이 3만2000㏊임을 고려하면 거대한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업체의 유출 사고가 이번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고 공장은 세계 최고 니켈·팔라듐 생산 업체인 ‘노릴스크 니켈’의 자회사가 소유하고 있는데, 노릴스크 니켈은 2016년 9월에도 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인근 달디칸 강을 붉게 물들인 적이 있다.
당시 업체 측은 사고 초반 책임을 부인하다 결국 인정했다. 노리스크 니켈은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일찍이 성명을 통해 “시의적절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광범위하게 오염이 진행됐고, 강의 지형을 고려할 때 방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다. AFP는 이를 두고 현대 러시아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라는 세계자연기금(WWF)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