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자국이 아닌 동남아시아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코로나19의 매개체로 주장하는 박쥐가 미얀마나 라오스 등지에 서식한다는 게 주된 이유다.
4일 온라인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주임이 이끄는 연구팀은 ‘중국 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과 종간 전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논문 사전인쇄 사이트 BioRvix에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아직 학계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이들은 논문에서 해외 기관과 공동 진행한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관박쥐(horseshoe bat)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에 사용한 박쥐 샘플은 중국 서남부 윈난성에서 채취한 것이지만 “많은 샘플 채취 장소가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에서 가깝고 윈난에서 발견한 박쥐 대부분이 이들 나라에서도 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내세우며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또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가 코로나19의 조상이 되는 바이러스의 기원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향후 샘플 채취와 바이러스 발견을 위해 중국 남부와 서남부 외에도 중국과 비슷한 종의 박쥐가 서식하는 이웃 국가를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껏 알려진 박쥐의 배열 데이터를 모두 분석했다고도 설명했다.
애초 코로나19 진원지로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이 지목됐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곳은 에볼라 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병균을 연구할 수 있는 중국 내 유일한 생물안전 4급(P4) 실험실로 화난수산시장과 멀지 않다.
이번 연구를 이끈 스 주임은 지난 2월 SNS에 이러한 유출설에 대해 “내 목숨을 걸고 실험실과 무관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박쥐와 관련된 바이러스에 저명한 과학자로 ‘배트 우먼’으로도 불린다.
스 주임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관박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일 것으로 추정하며 이 박쥐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다양한 변이가 일어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규명하기도 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