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부의 세계’ 드라마가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이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부부 입장에서도 너무 극단적으로 불행한 이혼이었지만 ‘이혼 가정의 아이’가 가장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
부모의 이혼에 대한 아이들의 개념을 나이에 따라 매우 다르게 형성된다. 먼저 학령전기(3∼6세)에 있는 아동들은 부모의 이혼을 자기 중심적이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이해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을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혼은 아이 자신이 과거에 잘못했던 어떤 것으로 인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죄책감을 갖는다. “아빠는 내가 잘못해서 떠났다”라고.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6∼9세)들도 어느 정도 자기 중심적인 개념을 가지지만 부모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나 때문 만이 아니라 부모 사이에 갈등을 일으킬 만한 무엇인가에 의해서 이혼을 초래됐다고 인식한다.
6∼9세의 아동이 3∼6세의 아동의 또 다른 차이는 부모의 감정과 사고에 대한 지각의 차이다. 6~9세 아동들은 부모의 감정과 자신들의 행동이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부모가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에게 지나치게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9∼12세)들은 부모들의 숨겨진 정서와 겉으로 나타난 정서적 표현의 차이가 있음을 인식 한다. 부모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또 자신의 부모들이 더 이상 서로에게 사랑이 없거나 혹은 내적 감정에 변화가 생겼을 때 이혼을 했다는 걸 안다.
그러나 부모의 감정이 왜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혼을 돌이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외적 환경이 변한다면 부모의 감정은 바뀔 수도 있다고 믿는다. 아동들은 스스로 부모 사이를 중재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느낀다. 부모로 인한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숨기고, 사랑스럽고 긍정적인 면들을 보이려고 애쓴다.
초기 청소년기 학생(12∼15세)들은 부모들도 그들 자신만의 개인적 특성을 지닌 인간이라는 점을 인식한다. 부모 간 그들만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맥락과의 관계는 인식하지 못한다. 부모의 행동이 어떤 특수한 상황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부모가 나쁜 의도를 가지거나 혹은 성격 문제나 성격 차이로 인한 지극히 좋지 않은 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자신의 말과 행동 사이에 모순점 있다는 것과 좋은 의도들이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후기 청소년기(15세 이상)는 청소년은 자신의 개인적 감정과 부모의 고민 사이에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며, 가정 밖의 생활에 집중한다. 그는 부모들의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에 연루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부모를 떠나는 거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