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등장해 ‘미니홈피’ 열풍을 불게 했던 싸이월드가 진짜 문을 닫았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지난달 26일 폐업처리를 완료했다. 국세청 홈택스 사업자 조회에서도 싸이월드는 ‘폐업자’로 분류돼 있다. 싸이월드 홈페이지 역시 접속만 가능할 뿐이다. 로그인이 되지 않고, 되더라도 사진 등 미니홈피 내 게시물들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싸이월드는 국내 토종 SNS로 인기를 끌며 2000년대 급부상했다. 한때 월 접속자 2000만명을 뛰어넘는 전성기를 맞았으나 경쟁자의 등장에 하락세를 탔다. 2010년대에 들어 국내 시장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장악했고 싸이월드는 쇠락했다.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던 싸이월드는 프리챌 창업주 전제완 대표가 2016년 인수해 회생을 노렸다. 삼성벤처투자로부터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뉴스 서비스를 개발하고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그러나 끝내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내 유령회사로 전락해버렸다.
지난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나만의 공간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에는 미니홈피 사진을 백업하지 못했다는 불평도 있었는데, 싸이월드의 서비스 종료는 이미 예고됐던 터라 이해할 수 없다는 일부가 맞서 입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싸이월드 백업 문제로 한차례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사진 공지 없이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고 도메인 만료일이 한달 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백업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결국 전 대표는 도메인 만료 기한을 1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당시 있었던 해프닝을 들어 일부 네티즌들은 “백업 기간이 충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싸이월드가 2015년부터 ‘싸이Book’이라는 유료 데이터 백업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사실상 백업 가능 기간은 훨씬 더 길었다는 것이다. 싸이Book 백업센터는 방명록, 일촌평, 쪽지 서비스가 종료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백업에 실패한 이용자들은 여전히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29일에는 ‘싸이월드 사진 백업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 외에도 싸이월드의 부활을 원한다는 청원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싸이월드 폐업에 따라 회원들의 자료 복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망법 29조는 인터넷 사업자가 폐업하면 이용자 데이터를 즉시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